[르포]"우리는 범죄자 아닙니다" 중국 동포 '혐오 영화' 사라질까
최근 법원이 '중국동포 비하'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영화 '청년경찰' 제작사가 중국 동포 측에 사과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청년경찰'은 대림동에 근거지를 둔 조선족 폭력 조직이 가출 소녀들을 납치해 난자를 강제로 적출, 매매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당시 중국동포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영화에서는 실제 중국동포 밀집거주지역인 대림동, 가리봉동 등을 흉악하고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는 우범지역으로 재현하고 있으며, 등장하는 조선족 인물들을 어두운 뒷골목에서 '인신매매', '장기매매', '불법난자거래'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악인으로 묘사했다.
법원, 영화 '청년경찰' 중국 동포에 사과권고
예술작품 속 '혐오 표현' 법률적 인정 첫 판례
"영화 속 무분멸 혐오 표현도 폭력이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강주희 인턴기자] "우린 범죄자가 아닙니다", "이런 인식 이젠 좀 바뀌었으면 좋겠네요."
최근 법원이 '중국동포 비하'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영화 '청년경찰' 제작사가 중국 동포 측에 사과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조선족에 대한 묘사가 중국 동포들에게 불편함과 소외감을 줄 수 있다고 봤다. 한국에서 예술작품 속 특정 표현과 관련해 법률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청년경찰'은 대림동에 근거지를 둔 조선족 폭력 조직이 가출 소녀들을 납치해 난자를 강제로 적출, 매매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당시 중국동포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영화에서는 실제 중국동포 밀집거주지역인 대림동, 가리봉동 등을 흉악하고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는 우범지역으로 재현하고 있으며, 등장하는 조선족 인물들을 어두운 뒷골목에서 '인신매매', '장기매매', '불법난자거래'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악인으로 묘사했다.
또한 영화 속에서 '대림동'이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조선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집단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영화는 큰 인기를 끌면서 600여만 명에 달하는 관객을 동원했다.
이에 반발한 중국동포들과 대림동 주민 60여명은 '청년경찰'이 조선족을 혐오·악의적으로 묘사해 편견을 불러일으켰다며 영화 제작사 무비락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표현의 자유' 등을 이유로 영화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 재판부에서는 원고 측에 사과를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청년 경찰의 일부 내용에 조선족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를 담은 허구 사실이 포함돼 있다. 원고들이 이 사건 영화로 인하여 불편함과 소외감 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제작사에게 원고들에 대한 공식 사과와 앞으로 재발방지를 약속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18일 오후 아시아경제 취재진이 만난 대림동 주민들은 이같은 판결 소식에 담담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림동에서 매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A(35)씨는 "영화는 그냥 볼거리고,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로 인해) 선입견이 생기는 것은 맞지만 이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중국동포들이고, 한국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지 않아 이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A씨는 그러면서도 "영화에서 조선족에 대한 안 좋은 부분들이 나오면 그대로 믿어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기는 하다"라면서 "우리는 다 그런 사람들이 아니지만, 소통이 안 되고 접촉이 없다 보니 오해의 시선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번 판결로 인해 그런 오해가 조금은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선족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영화는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제작되었다. 2010년 개봉한 영화 '황해' 이후 '신세계', '범죄도시' 등 조선족은 다수의 한국 범죄영화 속에서 범법과 불법의 기호로 묘사되어 왔다. 설정이 조금씩 다를 뿐, 조선족 동포를 극악무도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림중앙시장 한 휴대폰 가게에서 근무하는 B(26)씨는 "영화니까 사실 큰 생각은 없었다. 항의하고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영화 속에서 우리를 나쁜 사람들로 그리는 것들을 보면 속상하고 기분이 나쁘기는 하다. 영화 속에서 이곳에 대한 안 좋은 묘사들을 많이 하곤 하니까, 사람들이 대림동을 오기를 두려워하고 꺼린다"고 털어놨다.
B씨는 "그래도 이번에 판결이 바뀌었다고 하니,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구나 라고 느낀다"면서 "우리에 대한 안 좋은 시각들이 변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고, 더 많은 소통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대림역 인근 음식점에서 근무한다는 C(45)씨는 "요즘엔 한국 분들도 이곳에 음식도 먹으러 자주 오고, 맛집이라고 찾아오고 그런다"면서 "예전에는 정말 혐오가 심했지만, 요즘은 예전에 비해서는 그런 인식이 조금은 없어졌다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김용선 중국동포한마음연합총회 명예회장은 "영화나 드라마 등 미디어에서 사실관계를 떠나 창작이라는 명분으로 중국 동포들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가 너무나 쉽게, 고민 없이 다뤄지고 있다. 그런 부분들은 그들에겐 폭력과 다름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 보도 또한 중국 동포들에 대한 혐오의 시선이 확산하는데 가담한 부분이 있다"라면서 "조선족에 대한 사회적 사건이 일어났을 땐 언제나 조선족이라는 것이 부각되고, 선정적인 제목을 다는 등 중국동포 모두가 마치 전부 범죄집단인 것처럼 묘사된다. 이러한 보도는 없어져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서는 "처음에 소송을 시작할 때만 해도 승소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배상을 받으려는 목적이 아니었다"라면서 "직접적인 사과와 우리 사회에서 중국 동포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혐오를 사회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중국동포 또한 이 사회의 한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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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영화 제작사 측은 지난 4월 원고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제작사 측은 "조선족 동포에 대한 부정적 묘사로 인해 불편함과 소외감 등을 느꼈을 원고들께 사과드린다"라며 "앞으로 영화를 제작함에 있어 혐오 표현은 없는지 여부를 충분히 검토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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