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7~8% 고금리 적금?…은행 가보니 '그림의 떡'
캐시백 등 우대 혜택 챙기려면 체크카드 발급에 이용액 채우고
증권계좌·보험까지 들어야…배보다 배꼽이 더 큰 미끼 비판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지난 16일 오후 서울의 한 신한은행 영업점. 연 8% 금리를 주는 적금상품이 출시됐다는 소식에 은행을 찾은 기자는 은행원 설명을 듣고 이내 좌절했다. 고금리를 챙기려다 높디높은 ‘우대 조건’이라는 산을 만났기 때문이다.
신한금융그룹이 최근 출시한 ‘신한플러스 멤버십 적금’ 기본금리는 1.2%에 신한은행 입출금계좌에서 자동이체 설정하면 0.3%, 최근에 적금에 가입한 적 없으면 0.3%의 우대금리를 준다. 간단한 조건으로 1.8% 금리를 챙길 수 있어 요즘같은 초저금리 시대의 가입조건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6.5%에 달하는 신한마이포인트 캐시백 혜택을 받으려면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우선 신한금융그룹의 모바일 멤버십 플랫폼 ‘신한플러스’ 회원으로 가입하고, 이용약관 전체에 동의해야 한다. 1.0%포인트의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다. 여기에 신한플러스 멤버십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적급 가입일부터 만기 10일 이전까지 3개월 이상 총 30만원을 이용해야 된다. 이렇게 되면 0.5%포인트(신한체크카드 최초 신규 고객은 1.5%포인트)가 더 얹어진다. 4.0%포인트의 우대 혜택을 더 챙기려면 적금 가입 기간 안에 신한금융투자에서 증권 계좌를 만든 뒤 주식을 매수(2.0%포인트)해야 하고, 신한생명의 연금저축보험에도 가입(2.0%포인트)해야 한다.
이 상품은 6개월 만기 적금으로 월 저축 한도는 30만원 이내다. 6개월 동안 30만원씩 부어 받는 이자는 9450원(세전), 포인트로 돌려받는 금액은 3만4125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기자는 결국 상품 가입을 포기했다.
시중은행들이 네이버ㆍ카카오가 고금리를 무기로 시장 장악에 나서려고 하자 업종 간 합종연횡을 통해 부랴부랴 고금리 상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지만 우대 조건을 까다롭게 만든 전형적인 미끼상품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우대 혜택을 다 챙기려 조건을 충족하다 보면 이자 보다 더 많은 돈을 써야해 ‘배보다 배꼽’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용카드 사용 실적을 조건으로 내세운 적금도 비슷하다. SC제일은행은 최근 삼성카드와 손잡고 내놓은 7%에 달하는 적금 상품의 경우 기본금리 1.6%에 가입기간 1년 동안 360만원의 신용카드 사용 실적이 있어야 5.4%를 캐시백 해준다. 최대 가입금액 월 25만원씩 1년 간 부으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약 11만원 수준. 반면 카드로 360만원이나 써야 된다.
우리은행도 현대카드와 협업해 5.7% 금리주는 상품을 선보였다. 우리은행 첫 거래 고객의 경우 연간 600만원 이상 현대카드 사용 실적이 생기면 3.0%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주고, 기존 고객의 경우 연간 1000만원 이상 긁으면 1.0%포인트 우대해준다. 이자를 더 받기 위해 매달 50만원에서 100만원 가까이 카드를 써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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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금리만 보고 가입했다가 만기 때 실망할 수 있으니 조건을 꼼꼼히 따져본 뒤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네이버파이낸셜이 3% 이자와 3% 포인트를 제공하는 ‘네이버통장’을 내놓는 등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금융권 진출에 나서면서 은행들의 마음이 조급해진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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