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달러가치 하락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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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5월 중순 이후 달러가치가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미국이 통화를 더 많이 공급했기 때문이지만 근본적 요인을 고려하면 달러가치 하락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주요 선진국 통화에 비해서 미국 달러가치가 최근 한 달 새 5% 정도 떨어졌다. 단기적으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돈을 찍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기준 연준의 자산이 7조1952억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7조달러를 돌파했다. 2월 말에 비해서도 약 3조달러 늘었다. 2008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연준이 2007년 7월에서 2014년10월 사이에 세 차례 양적 완화로 3조5968억달러를 공급했는데, 단 석 달 만에 비슷한 규모의 돈이 풀린 셈이다.


장기적 측면에서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 비중이 줄면서 달러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2001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의 비중이 32%였으나 지난해 25%로 줄었다. 같은 기간 달러가치도 17%나 떨어졌다. 문제는 앞으로도 미국의 세계 GDP 비중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4년 미국 비중이 23%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비중이 줄어든 만큼 중국이 늘어났다. 2001년 중국 GDP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였으나 지난해 16%로 4배나 증가했다. IMF는 2024년 중국 비중이 18%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경제학자들 사이에 미국 인플레이션 가능성 논쟁이 일고 있다.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시대에 접어들면 달러가치 하락 속도는 더 가파를 것이다. 2000년 이후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준의 통화정책의 목표치인 2% 안팎에서 안정됐다. 수요 측면에서는 미국 실제 GDP가 잠재 수준을 대체로 밑돌았고, 통화승수가 급격하게 낮아지는 등 돈이 돌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급 측면에서 정보통신 혁명으로 생산성이 증가했고, 중국이 저임금을 바탕으로 생산한 상품을 미국 소비자에게 값싸게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런 물가 안정 요인이 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미국 정책당국이 전례 없는 재정 및 통화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 중이다. 그 효과로 코로나19만 진정되면 내년에는 미국 경제가 잠재 성장 수준으로 복귀할 수 있다. 또한 최근 미국의 생산성 증가세가 둔화되고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상품을 과거처럼 싸게 살 수 없는 환경이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도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서 정책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도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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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의 내부적 요인 외에 중국 정부의 대응방향에 따라 달러가치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미ㆍ중 무역 전쟁이 금융 전쟁까지 확산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중국이 보유한 1조816억달러(3월 기준)의 미 국채를 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이 원자재를 수입하면서 달러 대신 위안화 줄 수도 있다. 철강, 구리, 알루미늄 등 원자재에서 중국이 세계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 원유 수요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4%로 10년 전 대비 2배 넘게 늘었다. 중국은 2001~2019년 미국과의 무역에서 5조1500억 달러를 벌었고, 그 일부로 원자재를 구입했다. 그러나 올해 예상되는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가 0.5%일 정도로 중국으로 유입되는 달러가 상대적으로 줄고 있다. 앞으로 중국이 각종 상품을 수입할 때에도 달러 대신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를 보면 위기는 급격한 변화를 초래했다. 코로나19 위기가 달러가치뿐 아니라 각국의 환율에도 중요한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인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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