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싸우기만 하는 정치권

표심만 쫓는 선심성 정책이

결국 경제 망가뜨리고 있어


새가 양쪽 날개로 날 듯

진보·보수 함께 나아가야

진념 전 경제부총리가 9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진념 전 경제부총리가 9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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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로 주저 없이 '후진적 정치'를 꼽았다. 경제는 선진국에 진입했는데 정치는 여전히 1960~1970년대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진 전 부총리는 "정치는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고 안정을 주는 것이 기본 속성인데 우리 정치권을 보면 맨날 싸우기만 한다"며 "좋든 싫든 새가 양쪽 날개로 날 듯 진보와 보수가 싸우더라도 같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가 사회 분열이 아닌 화합을 이끌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부총리 재직 당시에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현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경제 정책 책임자로서 솔직히 가장 큰 걸림돌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국회"라고 답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논쟁을 위한 논쟁만 하는 탓에 정부가 제 할 일을 못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 후로 20여년이 지났지만 안타깝게도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라는 판단은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그는 부총리 시절 대통령에게 정치 현안에 대해 1박2일 난상토론을 하는 여ㆍ야ㆍ정 정책포럼 개최를 건의했다. 이는 실제 2001년 5월19일 오후 4시부터 천안 정보통신공무원 교육에서 진행됐다. 난상토론은 다음 날까지 무려 1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를 통해 기업 구조조정, 금융 구조조정과 공적 자금 회수, 서민 생활 안정과 지역 불균형 해소, 국가 채무 관리, 기업 환경 개선, 국가 경쟁력 제고 등 크게 여섯 가지 분야의 사안들이 합의됐다. 진 전 부총리는 "이 정책포럼을 계기로 시급한 경제 현안들의 처리가 강력한 추진력을 얻게 됐다"며 "당리당략이라는 정치적 걸림돌에 걸려 경제 회생을 위해 하루빨리 처리돼야 할 법안들이 좌초되곤 하던 상황이 3자 간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표를 쫓아다니는 정치가 선심성 정책을 만들고 이것이 결국 한국 경제를 망가뜨리고 있다고도 우려했다. 진 전 부총리는 "독일은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최저임금을 어떻게 동결하고 노동 유연성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해 정치권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 정치권은 '표 달아난다'라며 이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되레 기본소득제만 얘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치꾼(statesman)'이 아닌 '정치가(politician)'가 필요하다고 했다. 진 전 부총리는 "정치꾼은 선거 때 표만 쫓아다니는 사람이다. 정치가는 그 나라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인데 대표적 인물이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라며 "그는 지지 기반이 노동자 계층인 사민당이었지만 노동유연성을 확대하고 노동복지를 줄이는 하르츠 개혁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동시장 개혁은 고용 개선과 경제 회복을 이끌고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게 한 동력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 개혁 탓에 사민당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연합당에 정권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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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전 부총리는 "슈뢰더 전 총리가 노동개혁을 할 때 사민당 간부들은 '이러면 우리가 선거에서 진다'라고 충고했지만 그는 이를 밀어붙였다"면서 "슈뢰더 전 총리는 표가 아니라 독일의 미래를 생각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진정한 정치가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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