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기본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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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제도와 정책이 어려운 이유는 대부분 경제 주체들의 근로의욕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득세는 소득에 비례한다. 그것도 누진적이다. 소득이 많으면 비례적으로, 아니 그보다 더 높은 비율로 조세를 납부해야만 한다. 따라서 더 많은 소득을 얻고자 하는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소득세율을 인하하면 조세수입이 오히려 증가한다는 이론이 있었다. 세율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 소득세율을 인하하면 경제주체들의 근로의욕이 증가하기 때문에 노동공급이 증가하고 소득이 따라서 증가한다. 이때 하락한 소득세율보다 소득 자체가 더 큰 비율로 증가해 그 곱인 조세수입은 오히려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론을 체계화한 것이 소위 래퍼 곡선(Laffer curve)이다.

미국의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Ronald W. Reagan)은 이와 같은 이론을 실제 정책에 적용했다. 보수주의를 신봉한 그는 국가가 소득의 3분의1 이상을 세금으로 거둬가는 것은 도둑질이라고 생각한 사람이다. 따라서 미국의 최고소득세율을 그와 같이 낮췄다. 레이건의 정책을 뒷받침한 이론이 위에서 언급한 래퍼 곡선이다. 레이건의 정책을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라고 부르기도 하고 보다 넓게는 공급중시 경제학(supply-side economics)이라고도 한다.


1980년대 초의 극심한 불황에서 이같은 레이건의 정책은 경기를 부양하기는 했으나 조세수입은 증가하기보다 오히려 크게 감소했다. 오늘날 미국 재정과 무역적자가 저토록 큰 것은 그때 시작된 것이다. 소위 쌍둥이 적자이다. 결국 레이건의 감세는 이념에 따라 머릿속에서 구상한 정책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줬다.

지금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미국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하니 누구도 반대를 못하고 따라했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기본소득을 제도적으로 도입하자는 의견이 크게 대두하고 있다. 도대체 이 나라가 왜 이리 무모해지고 있는지 묻고 싶다. 국가적 차원에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감히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정책을 이념에 따라 머릿속에서 구상해 레이건처럼 실패해 보자는 것인가?


우리에게는 미국과 같은 여유가 없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가지고 있는 발권력과 영향력이 우리에게는 없다는 말이다. 미국과 같이 재정적자가 쌓이면 우리의 경제 위기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올 것이다. 위기의 부담을 가장 많이 짊어지는 것은 사회적 약자와 가진 것 없는 소득계층이다. 기본소득은 역설적이게도 결국 그들을 거리로 내몰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리 먼 과거도 아닌 외환위기를 상기해 보라. 당시 누가 가장 큰 고통을 겪었는가?


핀란드, 캐나다, 미국, 인도, 나미비아에서 소수 집단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을 실험했다고 한다.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유의미한 결론은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그런 정책을 한국에 도입한다고 한다.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진정 살만한 나라를 만들자는데 누가 반대하는가. 그런 나라가 현금을 살포하는 나라인가? 기본소득을 논의하기 전에 기존의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어떻게 개혁하고 확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좀 더 진지하게 할 때이다.


기본소득 논의는 우리에게 전혀 시급하지 않다. 결국 진정한 개혁이 뒤로 밀리고 소모적 정쟁만 초래하는 결과를 낳고 말 것이다. 기본소득은 기본이 없는 정책이다. 이럴 때일수록 길게 보고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 재정을 공돈이라 생각하는 것은 우리에게 지나친 사치이다. 정권과 선거만을 생각하지 말고 제발 기본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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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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