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권한분산에 초점 맞춰진 탓에 법체계상 부적합한 내용 포함
대통령 권한 비대화 우려에 국회서 공수처장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 나와
사건 명확히 구분하고 제기능 위해 조직 더 키워야한다는 지적도

[공수처 출범 D-30] 통제수단·견제장치 없으면 권력이 쥘 또하나의 칼이 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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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한 달 후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한다. 지난 20년 간 도입 여부를 놓고 치열한 논란을 거친 끝에 마침내 우리 사법체계에 공수처라는 신개념이 들어오는 것이다. 검찰이 권력과 재벌 앞에서 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되뇌어야 했던 국민들은 공수처가 '힘 있는' 사람들의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정의의 수호자가 돼주길 기대한다. 반면 공수처가 또 하나의 '옥상옥'이 되면서, 정치권력이 정적을 제거하는 도구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아시아경제는 창간 32주년을 맞아 오는 7월 출범을 앞둔 공수처의 성공 조건을 짚어보며, 마지막 단추를 꿰기 전 해소해야 할 문제점도 지적하는 기회를 갖는다.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김형민 기자, 조성필 기자] 오랜 논란 끝에 7월 중순 본격 출범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힘 있는 권력층의 부정부패를 척결해 우리 사회를 좀 더 깨끗하게 만드는데 기여하길 바라는 건 정치적 이해를 떠나 모든 국민의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애초 검찰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며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진 탓에 공수처법에는 우리 헌법과 형사법체계에 부적합한 요소들이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내용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공수처가 성공적으로 우리 사회에 자리 잡기 위한 첫 번째 필요조건은 ‘정치적 중립성 확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공수처가 또 다른 정치적 권력기구로 변질되지 않게 견제하기 위한 ‘통제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수처 성공의 제1조건은 ‘정치적 중립성’ 확보=공수처가 성공하기 위한 요건으로 전문가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꼽은 것은 역시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에 대한 것이었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공수처가 정치적으로 독립돼야 한다"며 "공수처가 대통령이나 집권세력의 영향 하에 움직인다면 현재의 검찰과 뭐가 다르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공수처의 성공 여부는 사람"이라며 "공수처장의 정치적 독립과 공정성이 무엇보다도 생명이라고 생각한다. 공수처장과 차장 등 수사 인력을 어떻게 임명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임명권자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을 뽑을 수 있도록 국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검사 출신 A변호사 역시 “그동안 가장 논란이 많았던 것, 국민들이 걱정하고 여론이 우려를 나타낸 게 공수처를 도입한 취지는 고위공직자 비리를 적발해서 제대로 수사하자는 건데 그렇게 활용이 안 되고 정치적 목적으로, 자기편은 봐주고 상대편은 세게 수사하고 그런 것이었다”며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을 공수처장으로 인선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공수처가 안착할 수 있는 기본 전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공수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는데 대통령의 의중을 따를 사람이 지명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대통령에게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게 된다”며 “우리나라의 문제가 제왕적 대통령제다.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강해서 문제가 되는데 공수처가 생겨서 대통령 권한이 더 강화되는 것이다. 이것은 헌법 정신에 맞지 않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그는 “공수처장은 국회에서 임명해야 바람직하다”며 “국민이 통제할 수 있어야 하고 결국 국회가 통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초대 공수처장은 차분한 사람, 현명한 사람, 균형 감각이 있는 사람이 임명돼야 한다”며 “너무 욕심이 많거나 전투적이거나 하나의 진영논리에 빠진 사람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수처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 입법의 취지와 목적이 훼손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통령이 공수처장을 임명하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속한 정당의 이해관계가 대변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공수처장이나 공수처검사 등에 대한 선발 기준이나 요건을 객관화, 구체화, 명확화 함으로써 의견을 달리하는 이해당사자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이나 우리법연구회 출신 임명 자제해야·수사 대상 발언 부적절=공수처장에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임명하는 코드인사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장은 “공수처의 안착을 위해 중요한 것은 도입취지는 물론 법에도 명시된 독립성 보장을 충실히 하는 것이며 공수처장 임명이 첫 단추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여권에 가까운 진영에 속한 법조인이 공수처장에 임명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나 ‘우리법연구회’ 출신을 임명강행하면 공수처 수사에 대해 진영 간 공방이 거세질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점”이라며 “첫 단추인 만큼 제도안착을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의식적으로 양보를 해야 한다. 아니면 나라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김 전 회장은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 공수처 제도 자체보다 여권의 인식이 우려된다”며 “검찰이 권력에 대해 제대로 수사를 하지 못했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도입된 것이 공수처인 만큼 독립성과 중립성이 강조됨에도 불구하고, 집권당측이 공공연히 윤석열 검찰총장이나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 검사 등 자신들이 원하는 수사대상을 언급하는 것은 몹시 부적절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통제수단, 견제장치의 부재 해결돼야=공수처가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것에 비해 이를 통제하고 견제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전 변협회장은 “현재 법에 공수처를 견제할 수 있는 기구가 전혀 없다”며 “꼭 필요한 부분인데 검찰에 그 기능을 줬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변호사들은 법치주의를 원하는데 공수처는 헌법에 나와 있지 않다”며 그런 공수처가 지금 헌법에 나와 있는 검찰을 통제할 수 있게 돼 있는 것은 법치주의에 반하는 일이어서 반대하는 변호사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A변호사는 “공수처를 독립기구로 만들었는데 견제할 장치가 없다”며 “가령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해서는 항고, 재항고가 가능하고, 헌법소원도 가능한데 공수처가 수사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법원에 재정신청만 할 수 있고 공수처가 무혐의 처분을 내려도 항고할 수 없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황 의원은 “공수처의 비대화에 대한 방지책 수립도 당연히 필요하다”며 “검찰에 부합한 사건들만 취사선별 하는 것이 가능한 부분이 존재하는 만큼 기소법정주의에 따른 기소 요건을 강화하고 공수처가 그 부분에 적극적으로 동의해 비대화를 스스로 방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공수처장의 국회 탄핵을 통해 권력 남용을 견제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이를 정치적, 악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탄핵권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공수처 구성원의 비위에 대한 징계 절차를 투명하게 하고, 징계 수위를 보다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공수처 수사 인력 확대·인적 구성의 다각화=현재 법에서 정한 수사 인력을 늘리고, 인적 구성도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영희 변호사는 “공수처는 검사, 수사관 등을 모두 포함해도 65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 조직이 매우 작은데, 이 조직으로 과연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공수처 조직을 좀 더 크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고, 현재 법무부에서 내놓은 검찰 개혁안을 전제로 공수처에서 처리해야 할 사건과 아닌 것을 보다 명확히 구분해서 공수처가 실질적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현재 법무부에서 내놓은 검찰 개혁안은 ‘형사부’를 강화하고 ‘특수부’를 제한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현재 검찰 특수부에서 처리했던 사건 중 상당수의 사건들을 공수처에서 처리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며 “현재의 공수처 조직이나 구조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 변호사는 공수처검사나 공수처수사관의 인적 구성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검사는 검사 중에서 혹은 변호사라 하더라도 검사 경력이 있는 변호사 위주로 선발될 가능성이 높고, 수사관의 경우에도 검찰 수사관, 경찰 출신 중에서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며 “공수처검사나 수사관을 선발하는 별도의 루트를 만들고, 이들을 별도로 훈련시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거 같다”고 덧붙였다.


황 의원은 “공수처법상 검사 인원 대비 수사관 인원의 구성이 25명대 40명으로 수사관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비대칭적 구조로 구성돼 있으므로, 수사 인력의 대폭적인 보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인원 구성에 있어 검찰청 파견 수사 인력이 포함돼 실제 검찰 관련 수사를 할 때 ‘온정주의’가 발현돼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검찰청 이외의 수사 관련 분야 경력자를 폭넓게 선발해 수사 인원 구성의 다각화를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공수처장 역시 반드시 변호사 자격 있는 자로 제한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치검찰 시대 종언·고위층 비리 막는 최후의 보루 만들어야=노 변호사는 “공수처는 검찰 권력의 비대화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설립되는 것”이라며 “검찰 권력이 비대화 된 것은 검찰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정치세력으로부터 독립되지 못하고, 오랜 세월 조직 내 구성원들이 견제 받지 않는 권력으로 군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수처는 과거 검찰의 우(優)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며 “공수처장에게 말하고 싶다. 정말 대한민국이 법치국가, 인권국가, 민주국가로서 발전할 수 있도록, 정치검찰의 시대를 종언하고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쌓이도록,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공수처를 운용해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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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노 변호사는 “집권자든 야당이든, 국민들도 이제는 권력형 범죄 내지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를 막는 최소한 청렴하고 공정한 최후의 보루를 하나 만들어 보자”고 당부했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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