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빈 개도국, 전기·연료 보조금 삭감…'코로나發 재정난'
방역·실업에 투입할 재원 부족
저유가 덕에 보조금 정책 변화 시동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정 위기가 가중된 개발도상국들이 전기요금이나 휘발유 등에 부여했던 보조금을 삭감하고 나섰다. 경제 위축으로 세입이 준 데다 방역과 실업 등 돈 쓸 곳이 늘면서 서민 복지정책의 일환이었던 보조금마저 손보기 시작한 것이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개도국들이 석유와 전기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조금이 끊기면 물가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국민 반발이 불가피하지만, 재정상의 문제로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워졌다.
나이지리아는 최근 석유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했다. 지난 2012년 석유 보조금을 없애려다, 격렬한 시위가 발생해 보조금 일부를 되돌린 사례가 있는데, 8년만에 다시 추진하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역시 보조금을 줄여 그동안 공짜에 가까웠던 휘발유 가격을 인상했다. 두바이의 경우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추진된다. 수단의 경우에는 보조금 대신 빈곤층에 직접 현금을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 전환을 추진중이다.
개도국은 그동안 보조금에 의존한 복지정책을 펼쳐왔다. 국민들이 전기나 석유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세제상의 혜택을 주는 정책을 펼친 것이다. 사실상 복지 역할을 하는 셈인데, 정책의 효과는 논란을 불렀다. 보조금의 최대 수혜자는 빈곤층이 아니라 유복한 가정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전기나 석유 모두 빈곤층보다는 중산층 이상이 더 많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개도국 정부가 전기요금이나 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으로 재정의 상당 부분을 쏟아붓는 탓에 교육이나 보건 등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보조금 덕에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에너지 등이 제공되다보니 과도한 이용도 문제가 됐다.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기구 등이 개도국 정부에 보조금 삭감을 제안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에너지 보조금은 재정에도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40개국 이상이 에너지 보조금으로 지출한 재정은 3180억달러(384조5600억원)에 이른다.
미국 라이스대에서 에너지 보조금 문제를 연구해 온 짐 크레인 연구원은 "개도국 정부들이 딜레마에 휩싸였다"면서 "이들 정부는 실직이나 수입 감소에 처한 빈곤층을 보호하든지, 아니면 오랫동안 예산을 갉아먹었던 보조금 문제를 손봐야 할지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조금 삭감으로 개도국의 정치 불안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빈곤층은 보조금 정책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정부가 보조금을 축소하면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최근 일련의 상황이 보조금 정책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로 유가 등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보조금이 줄더라도 빈곤층이 느끼는 고통이 실질적으로 크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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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나이지리아의 보조금 삭감 정책 성패가 개도국 전체의 정책 변화의 시금석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이번에 보조금 삭감에 성공한다면 나이지리아는 20억달러의 추가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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