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초등학교 앞 등굣길 가보니…
서울시, 어린이보호구역 불법주정차 금지선 설치
교통표지판 LED로 교체 … 앱 통해 시민이 직접 신고도

학부모·주차단속팀·경찰 총출동 … "학교 앞 안전 이상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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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65** 차량, 이동해주세요. 여기는 학생들 오가는 스쿨존이에요."


지난 5일 강남구 압구정초등학교 인근 한 상가 앞. 서울시와 강남구청의 합동 특별단속반이 뜨자 1층 인테리어업체를 방문했던 운전자가 황급히 나와 인도와 차도 사이 걸쳐 있던 차량에 시동을 걸었다. 길 건너, 연락처도 없이 불법 주차돼 있던 은색 자가용엔 8만원 짜리 과태료부과 통지서가 발부됐다. 차량을 이동하지 않으면 한두시간 후엔 견인된다.

등교시간이 가까워지자 안전펜스가 설치된 인도로 엄마ㆍ아빠 손을 잡은 학생들이 줄지어 걸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학년ㆍ그룹별로 나눠 전교생의 절반만 등교하고 있지만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폭의 인도는 금새 붐비기 시작했다. 인근 치안센터에서 나온 경찰관과 교통안전봉사를 자처한 학부모 10여명이 횡단보도마다 배치돼 학생들의 등굣길을 안내했다.


이 학교는 70~8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단지에 둘러싸여 있다. 지하주차장이 없어 저녁이면 인근 이면도로까지 주민 차량이 빼곡히 들어차고, 마주오는 차량 중 한 대는 한쪽으로 비켜서 다른 차가 지나가길 기다려야 할 정도로 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등교 첫날, 준비물이 많아 들어주러 왔다는 4학년 남학생의 학부모 김모(남ㆍ43) 씨는 "아파트단지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해 주민들이 도로가에까지 차를 세울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차도와 보행로 구분도 제대로 안돼 있었는데, 몇 달 전 학교 담장을 안쪽으로 옮겨 운동장을 조금 줄이고 인도를 새로 확보한 뒤로 그나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아이가 학교 정문 안쪽에서 발열 체크를 하고 들어가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1학년 학부모 정모(여ㆍ38) 씨는 "아이에게 차도에 절대 혼자 나가면 안 된다고 교육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불안해 저학년 때까진 직접 통학을 시키려 한다"고 전했다.


서울시 단속팀은 이날 오전 약 한 시간 동안 11건의 불법주차 차량을 단속하고 운전자가 바로 차량을 이동시킨 16건에 대해서는 계도 조치했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서울시와 강남구청의 합동 특별단속반이 불법주정차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서울시와 강남구청의 합동 특별단속반이 불법주정차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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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안전한 통학로 조성'을 목표로 과속 운전과 불법 주ㆍ정차 등을 뿌리 뽑기 위한 고강도 안전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 초등학교나 유치원 정문이 위치한 주통학로는 어떤 형태의 주정차도 금지한다. 도로 상의 운전자 시야를 충분히 확보하고 멈춰선 차량이 키가 작은 어린이들을 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주택가 주차난 등으로 인해 그동안 운영되던 '거주자우선주차구역' 48곳도 이달 말까지 90%, 올해 말까지 100% 모두 없애고 주정차 절대금지구역인 '황색복선'을 긋기로 했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서울스마트불편신고앱'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불법 주정차를 신고할 수도 있다. 주차공간을 없앤 곳에는 24시간 무인 단속을 하는 CCTV 등을 설치, 재발을 방지한다.


특히 도로교통법 개정(일명 '민식이법')으로 과속단속카메라 설치가 의무화됨에 따라 올해 과속단속카메라 340대를 추가로 설치하기 위해 예산 140억원을 투입한다. 연말까지 서울시 어린이보호구역 내 초등학교 606곳 중 420곳(69.3%)에 과속단속카메라를 운영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설치율 10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운전자들이 어린이보호구역을 확실히 인지할 수 있도록 통학로 횡단보도에는 '싸인블록 옐로카펫' 86개소를 설치하고 어린이보호구역 진출입로에 있는 교통표지판 414개는 전면 LED 표지판으로 교체한다.


학부모·주차단속팀·경찰 총출동 … "학교 앞 안전 이상無" 원본보기 아이콘


서울시와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서울 지역 어린이보호구역은 모두 1760곳에 이른다. 지난해에만 이곳에서 총 114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2건은 사망 사고였다. 황보연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어린이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불법 주정차에 무관용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서울 전체 초등학교에 단속카메라를 설치해 더 이상 어린이들이 스쿨존에서 다치거나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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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학생들의 경우 평소 아무리 교통안전 교육을 하고 주의를 줘도 돌발행동 등으로 사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운전자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 학부모와 관할 경찰서 지도 등을 통해 이중ㆍ삼중의 안전 대책도 강화한다. 천경숙 사단법인 녹색어머니회 회장은 "어린이들을 교통약자로 보고 학교 주변에 안전한 등하굣길을 조성하는 것은 운전자 중심의 우리 교통문화를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첫 발"이라며 "사고가 난 뒤에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사고가 나기 전에,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의 안전조치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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