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서울시 전봇대 싸움...'법과 법의 충돌'
과기정통부·업계 "통신역무 위배...위법 사항"
서울시 "취약계층 정보격차 해소 위한 공익"
지자체 단독 자가망 운영 갈등 점입가경
모순된 유권해석 접점 없어...합의점 도출 미지수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서울시가 전봇대(통신용 전주)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가 전봇대를 이용해 공공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 발단이다. 과기부는 서울시의 와이파이 망 구축이 '전기통신사업법'상 불법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스마트도시혁신법'을 근거로 과기부가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기부와 서울시의 전봇대 싸움이 '법과 법의 충돌'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 과기부 "불법" VS 서울시 "합법" = 9일 업계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과기부와 서울시는 금주 중 실장급 회의를 갖고 공공 와이파이 관련 논의를 이어간다. 그동안 양측은 수차례 회의를 가졌지만 서울시가 전봇대를 이용해 공공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서울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통신사에 회선료를 지불하고 와이파이망을 서비스하거나 CCTV 등에 구축된 서울시 자가 통신망에 와이파이 공유기(AP)를 연결해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자체적으로 공공 와이파이 망을 운영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와이파이 망을 구축하려면 광케이블을 깔고 공유기를 연결해야 하는데 서울시는 전봇대를 빌려줄 것을 통신사에 요청했다.
하지만 통신사는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와이파이 망을 구축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통신사들이 자체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시에 전봇대를 제공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도 그래서다. 무엇보다도 이번 갈등은 양측이 서로 다른 법을 근거로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법의 충돌'로 비화되고 있다. 과기부와 통신업계는 서울시의 구상이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언급한 '불특정 다수 자가망 사용 금지'(제7조)를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세금으로 구축하는 사업이어서 '무료' 와이파이라고 할 수 없다"며 "그런 점에서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 업계는 서울시의 단독 와이파이 망 구축이 통신망 사업권을 기간통신 사업자에 제공하고 이를 통해 규제와 진행을 조율하는 기존 제도와 충돌한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의 단독 와이파이 망 자체가 넌센스"라면서 "해킹, 개인정보 유출 등 지자체의 운영 능력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전국에 40만개 정도의 와이파이망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국민 세금으로 중복 투자를 할 필요가 있냐"며 난색을 표했다.
◆ 디지털 뉴딜에 영향 미칠까 촉각 = 반면 서울시는 '스마트도시법(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법적 문제가 없다고 맞선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가망 구축 사업은 기존 자원과 시설물을 활용하고 예산을 최소화해서 시민들의 통신기본권과 복지를 확대하는 개념"이라며 "스마트도시법 뿐만 아니라 정보화진흥법 31조에 '정보격차 해소' 시책이 있고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지자체법에서도 균등하게 서비스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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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이번 싸움이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는 '디지털 뉴딜'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밝힌 디지털 뉴딜에는 2022년까지 '공공와이파이 4만1000여개를 구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자체 주도로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하게 되면 투자된 금액을 어떻게 회수하느냐의 문제도 생길 수 있다"며 "특히 자가망과 관련된 특례규정들은 기존의 전기통신사업법과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 양측이 논의를 통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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