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영장기각 결정문 의미는?
'범죄혐의' 대신 '기본적 사실관계' 다의적 표현 사용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조성필 기자] 법원이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 등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면서 밝힌 사유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인 사유와 비교할 때 다소 모호하게 읽히는 표현이 있기 때문이다.
엇갈린 해석을 낳는 건 대표적으로 '기본적 사실관계'라는 표현이다. 원정숙 부장판사는 기각 결정문에서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되었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하여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하였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 측 변호인단은 "기본적 사실관계 외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받아들였다. 통상 영장 결정문에 사용되는 '범죄사실'이나 '범죄혐의'란 말 대신 '기본적 사실관계'라는 표현이 쓰인 데 큰 의미를 둔 것이다.
판사 시절 영장심사를 전담한 경험이 있는 A변호사도 "내심을 알긴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기본적 사실관계를 범죄사실과 동일시하기 어렵다"고 했다. 예컨대 사기죄의 경우 기본적 사실관계란 '피해자가 피의자에게 돈을 줬다'는 말 그대로의 기초적 사실관계를 지칭한다고 한다. 그러나 '돈을 달라고 할 때부터 떼어먹을 의사, 즉 고의가 있었는지' 혹은 '사기죄 성립을 위한 기망행위가 있었는지' 등 범죄사실까지 포함하는 표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A변호사의 해석이다.
그러나 검찰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검사 B씨는 "애매한 표현이 사용됐지만 바로 뒤에 이어지는 '검찰이 증거를 확보했다', '재판 과정에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등 표현을 종합적으로 해석하면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은 인정된 것으로 불 수 있다"고 말했다. 판사 C씨 역시 "범죄혐의 소명 부족이라기보다는 구속할 필요성과 상당성 소명 부족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이 증거를 확보됐다'는 표현에 대해선 "유죄의 증거일 수도 무죄의 증거일 수도 있지만, 검찰이 충분히 조사해서 증거를 대부분 확보했으니 '증거인멸 우려'가 구속사유가 되기 어렵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A변호사는 분석했다.
한편 원 부장판사는 지난 3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범죄혐의가 상당부분 소명되고"라는 표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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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참고하면, 이번에 '기본적 사실관계'라는 표현을 쓴 건 범죄혐의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으니 재판에 가서 따져보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측 해석처럼 '범죄혐의 소명이 안 됐다'는 것도, 검찰의 해석처럼 '범죄혐의가 소명됐다'는 단정적 상황도 아니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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