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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흑백논리에 끌리는 인간의 성향과 언론의 역할

최종수정 2020.06.01 11:30 기사입력 2020.06.0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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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또는 1인 미디어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고 들려주며, 사람들은 보답으로 관심을 보인다. 이 관심이 곧 돈이기 때문에, SNS 등또는 1인 미디어는 인간 본연의 성향 즉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원하는 바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인간은 갈등에 관심을 두지만 갈등을 경험하기보다는 갈등 즉 다툼을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거리에서 싸움이 일어나면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다. 복잡함보다 단순함을 원하기도 한다. 흑백논리에 끌리는 이유다. 한편 사람들은 복잡한 설명이나 절차를 싫어한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모두 인간이 갖는 자연스러운 성향이다.


다수를 모으는 힘이 이 시대의 권력이고, 이 권력을 얻기 위한 사람은 본연의 성향을 이용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SNS 또는 1인 미디어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은 갈등적 쟁점을 두고, 일단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리고, 이후 이 쟁점에 대해 흑백이 분명한 의견을 제시한다. 이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고,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의견에 환호하고 박수를 보낸다. 나아가 사람들은 충성도 높은 지지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이와 같은 관심과 지지에 힘입어, SNS 또는 1인 미디어 정치인들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또는 집단)에게 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그들을 강하게 질타함으로써 이를 보는 사람들에게 통쾌감을 안겨준다. 사람들은 다시 이러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느끼기 위해 그들의 발언을 반복적으로 듣는다. 이제 그들의 말이 자신의 신념이 되고, 다른 의견에 귀를 닫는다. 자기 확신의 단계에까지 접어드는 것이다. 그들의 말 즉 의견과 주장은 사실을 근거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이 의견과 주장은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복잡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진실이 된다. 사람들은 이를 본능적으로 받아들이고, 좋아한다.

정치인들은 진보든 보수든 이들만의 진영정치에 몰두한다. 특히 진보의 진영정치는 '개혁과 변화'라는 보편적 가치를 선점 또는 독점하고, 보수를 반개혁적인 적폐와 변화하지 않으려는 수구세력이라고 평가한다. 그리고 자기편(진영)과 상대편으로 가르고, 상대편을 배제한다. 배제는 상대편 존재 그 자체를 부정하고, 없어져야 할 집단으로 본다는 뜻이다. 배제는 진보적 좌파가 전통적으로 추구해 왔던 관용 또는 포용의 가치가 아니다. 그럼에도, 진보는 배제의 길로 간다. 몰아가듯 한편에 서게 만들고, 자기편이 아닌 다른 편을 선택한 이들에게 비윤리적이라고 비난한다. 나아가 그들에게 시대에 뒤떨어진 실패자라는 굴레를 씌운다. 심지어 권위주의적인 좌파는 균형과 중도의 세력까지도 편견으로 무장된 집단으로 매도한다. 그들은 이에 화가 나고 넌덜머리가 나서 극우 성향의 후보자에게 표를 던졌는지도 모른다.


인간 본연의 성향이 SNS와 1인 미디어를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정치인들은 인간 본연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런 미디어를 교묘히 이용한다. 이들에게는 말의 진위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이런 세상에 정통 언론은 과거의 패러다임(예, 따옴표 또는 받아쓰기 저널리즘)에 여전히 갇혀있다. 이들 언론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제 사람들은 종이 신문과 지상파 방송뉴스에 관심조차 없다. 사람들의 관심을 되찾고 그들에게 진실을 전하기 위해서, 언론은 사실적 주장을 검증하는 기본적인 역할을 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언론은 SNS와 1인 미디어에서 등장하는 말과 말이 전하는 사실 그 자체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한 후 신중하게 진실만을 전해야 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언론은 여전히 이들 말을 비판 없이 마구 퍼 나르고 있다. 마치 언론이 가짜뉴스의 전파를 막아야 한다는 정부의 견해를 빠르게 전해주는 데 급급한 나머지 정부의 말이 진정 사실인지 그리고 가짜뉴스라고 단정 지을 만한 명확한 과학적 증거가 있는지를 곰곰이 따져보지 못한 채 그저 전했던 것처럼 말이다. 다소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을 다 하는 언론 본연의 모습을 기대한다.


강재원 동국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겸 국제정보보호대학원 원장

강재원 동국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겸 국제정보보호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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