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인데 가계 흑자율 17년만에 최고?…'두 얼굴의 흑자'
통계청,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발표
[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고용과 소비시장이 타격을 입은 가운데, 올해 1·4분기 국내 가계의 흑자율이 역설적으로 17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소득 증가가 아니라 각 가계가 소비 지출을 크게 줄인 영향으로 나타난 '두 얼굴의 흑자'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429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다. 흑자액은 141만3000원으로 작년보다 38.4% 늘었고, 흑자율은 32.9%로 전년 동분기 대비 7.9%포인트 상승했다. 처분가능소득은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흑자액은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금액인데, 통상 금액은 여러 변수에 따라 숫자가 들쑥날쑥해 흑자율을 기준으로 흐름을 비교한다. 처분가능소득에서 흑자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흑자율은 지난 2003년 1분기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17년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언뜻 보기에는 가계가 쓰고 남는 금액이 급증해 주머니 사정이 나아진 것 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많이 벌어 더 남은 것이 아니라, 예전보다 허리띠를 졸라매 적게 쓰고 남긴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분기 소득은 535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지출은 394만5000원으로 작년보다 4.9% 줄었다. 특히 소비지출이 287만8000원으로 6%, 비소비지출이 106만7000원으로 1.7% 뒷걸음쳤다.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액을 의미하는 평균소비성향은 67.1%로 전년 동분기보다 7.9%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소득이 적은 가구일수록 소득 증가율은 낮고, 지출은 더 줄었다. 소득분위별로 살펴보면 저소득으로 분류되는 1분위의 소비지출이 148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한 반면, 고소득으로 분류되는 5분위의 소비지출은 468만6000원으로 3.3% 감소하는 데에 그쳤다. 1분위의 경우 주로 교육(49.8%), 가정용품·가사서비스(-46.7%), 의류·신발(-36.0%) 관련 지출을 줄였고, 5분위에서는 오락·문화(34.4%), 교육(-27.5%), 의류·신발(24.7%)에 돈을 덜 썼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흑자율은 통상 가구가 지출을 하고도 얼마만큼의 저축여력을 가지는지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면서 "통상과 달리 소득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출이 억제되는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 청장은 "(코로나19로) 이동제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시행되면서 일부 항목의 지출 수준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이 부분을 흑자율 추이 변화를 비교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1998년 외환위기때나 2008년 금융위기때와 비교해도 가내소비는 증가하면서 외식, 교육비, 오락·문화 등의 소비지출은 감소하는 방향과 폭이 분명하게 (이례적으로)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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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 분위별 소득분배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일각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효과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서는 "정부정책의 구체적인 성과에 대해서 통계자료를 생산하는 입장에서 평가까지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이번 분기의 소득분배는 악화되었는데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 경제적·경제외적 요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그 각각의 효과에 대해 분해해서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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