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불 붙인 '반도체 삼국지'…패권 다툼 2라운드 막 올랐다
美정부 반도체 자급 정책에, 대만 TSMC 공장 신설 '화답'…인텔·삼성도 고심
'반도체 심장론' 주창 시진핑의 반도체 굴기 속도전…선두권 기술 격차 3년 이내로
일본도 반도체 자국주의 움직임 뚜렷…글로벌 기업 유치로 리쇼어링 유도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애플과 퀄컴, 엔비디아 등 내로라하는 기업을 고객사로 둔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대만의 TSMC가 해외 생산기지로 미국을 낙점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반도체 기술 패권 전쟁의 2라운드 막이 올랐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보건과 방역, 안보 등을 내세운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반도체를 둘러싼 '자국주의'가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국가의 핵심 전략으로 떠올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반도체 자국주의의 포문은 미국이 먼저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코로나19 전 세계 확산을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자 반도체 자급 '카드'를 꺼내들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기술의 아시아 의존도를 줄이려고 한다"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첫 보도 나흘 만에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약 120억달러(약 14조74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세운다는 구체적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가장 먼저 화답한 TSMC 외에 미국 인텔과 삼성전자도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자급 프로젝트 유력 파트너로 꾸준히 거론돼 추가 투자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한 반도체 자국주의 움직임은 일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역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아시아 거점을 자국에 유치하는 방안을 비밀리에 추진 중이라고 현지 언론 다이아몬드는 전했다. 코로나19로 글로벌밸류체인(GVC) 재편이 불가피한 가운데 인텔 등 대형 반도체 회사의 공장이나 연구개발(R&D) 센터를 자국에 유치할 경우 해외로 나간 일본 소재·부품·장비 업체가 본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도 유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여전히 진행 중인 한일 무역갈등도 일본의 반도체 자국주의를 강화하는 계기였다는 시각도 있다. 다이아몬드는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 소재인 액체불화수소,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의 수출을 규제했더니 오히려 한국 대기업에 의존해왔던 일본 기업의 실상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이 반도체시장에 재진출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일본이 D램을 본격적으로 생산한다면 불과 5년 내 따라잡힐 수 있다고 본다"면서 "일본은 D램의 경우 기술과 장비도 있고 인력도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일본에 한 발 앞서 반도체 자급률 제고에 역량을 결집한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반도체는 사람의 심장과 같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한 '반도체 심장론'과 함께 2025년까지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국가적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핵심이 바로 자주화(自主化)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국면에 가장 빠르게 진입했다 가장 빠르게 탈출하고 있는 중국은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으며 한국의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맹추격하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시장 진입은 의미가 크다"면서 "특히 낸드플래시의 경우 당장 내년부터 우리 기업이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현재 창신메모리(CXMT)가 연내 17나노 D램을,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128단 낸드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들 제품을 연내 성공적으로 생산한다면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는 3년 안팎으로 좁혀진다는 의미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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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미·중·일의 반도체 자급 움직임은 문재인 정부가 3대 신성장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차세대 주력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 국방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디지털 경제는 중국과 대만, 한국 삼각 축에 기대고 있다"며 "반도체 자급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미국과 중국, 일본에 한국까지 국제통상 이슈의 중심에 반도체 산업이 자리하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당장 국내 반도체 산업에 위기로 다가오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소재ㆍ부품 분야에서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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