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설득에"…韓銀, SPV 직접대출 만지작
정부 "産銀 부담 너무 커…유동성 공급 효율성도 직접대출이 나아"
정부 지급보증 규모가 관건…곧 발표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장세희 기자] 저신용등급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 특수목적기구(SPV)에 한국은행이 직접 대출하는 방안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사실상 같은 방법이다. 당초 한은 내부에서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 SPV 규모의 대부분을 대출해주고 산은이 한은에서 빌린 돈으로 회사채와 CP를 매입하는 방안, 일명 '간접 대출 방식의 SPV'를 선호했다. 그러나 산은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정부의 각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재무 부담이 커진 만큼 정부도 한은이 직접 SPV 대출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15일 한은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한은을 대상으로 'SPV에 직접 대출을 해달라'라고 설득하고 나섰다. 정부 관계자는 "산은이 20조원(SPV 규모)을 모두 감당하는 것은 부담이 너무 크다"며 "중앙은행이 정부와의 협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효율 측면에서도 더 좋다"고 말했다. 한은 역시 직접 대출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최근 SPV 설립 관련 회의에서 정부에 "'지급보증'이 확실히 된다는 전제하에 직접 대출 방식의 SPV설립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정부와 한은은 현재 최종 조율 중이며 조만간 SPV 설립 계획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관건은 한은이 전제로 삼은 지급보증이다. 지급보증은 만약 SPV가 매입한 회사채나 CP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손실액을 먼저 제하는 금액으로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20조원 규모의 SPV라고 가정했을 때 약 20%를 정부가 지급보증해주면 4조원은 정부, 16조원은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부담하게 된다. 손실이 발생하면 4조원부터 먼저 사라진다. 4조원 이상 손실이 발생하면 그 부담은 한은이 지게 된다. 확률이 낮긴 하지만, 어쨌든 한은이 찍어낸 돈으로 부실한 회사채와 CP를 매입했다가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손실 최소화 원칙에 따라 한은은 적절한 규모의 지급보증을 요구해야 한다"며 "정부 역시 지급보증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고,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한지 등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만약 정부가 부담할 수 있는 지급보증액이 예상보다 적을 경우 SPV에서 매입할 수 있는 저신용등급 회사채 비중을 줄여야 한다. 아예 SPV 규모 자체를 줄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만약 산은이 도관은행(자금을 공급하는 파이프 역할)이 된다면 한은은 90%까지도 대출금을 부담(간접 대출)할 수 있다. 20조원 규모의 SPV라고 가정하면 18조원을 한은이 산은에 대출해주는 것이다. 정부 출자액은 4조원에서 2조원으로 줄게 된다. 만약 손실이 생기면 산은에 부담이 전가되는 만큼 발권력을 동원한 대출액을 더 늘릴 수 있다는 논리다.
산은의 지난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14.05%로,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에 돈을 빌려주면 추가적으로 이 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 정부가 산은의 자본확충을 고민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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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부가 SPV 지급보증액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따라 방향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6월 초 SPV 지급보증(혹은 출자)액, 산은 자본확충액 등을 포함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추경안이 확정되기 전에 SPV 구조부터 먼저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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