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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법률서비스 개척하는 리걸테크 스타트업

최종수정 2020.05.15 13:51 기사입력 2020.05.1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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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작성·판례분석 10초면 끝…법률 서비스 가격 낮춰
인간 변호사 따라잡은 AI 변호사 등장에 법적·윤리적 문제 제기

문서작성과 판례분석을 10초 만에 해결하는 AI 법률 서비스가 개발되면서 법률과 기술이 결합한 '리걸테크'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진 =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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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전 후배에게 큰돈을 빌려준 직장인 김현아(가명)씨는 상환을 미루는 후배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러다 지인의 조언으로 '비대면 지급명령 서비스' 업체와 상담을 했다. 이후 법적 조치에 들어갔는데 진행비는 기존에 알던 금액의 5분의 1 수준인 10만원대에 불과했다.


# 근로계약 문제로 변호사를 찾은 이영현(가명)씨는 최근 골머리를 앓던 문제의 해법을 15분만에 찾았다. 변호사가 이씨의 근로계약서를 자동분석 프로그램에 입력하자 1분도 안돼 분석 결과가 나왔고, 주요 계약 정보의 요약은 물론 누락된 조항과 법적 위험요소, 그에 따른 판례와 대처 방안이 순식 간에 출력됐다. 결과를 받아본 이씨는 자신감이 생겨 소송을 결심했다.

상담과 수임료 부담으로 접근성이 낮았던 법률 시장에 인공지능(AI) 기반 리걸테크(Legal tech) 스타트업이 증가하고 있다. AI 기술을 바탕으로 법률 서비스 비용과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춘 리걸테크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해 법률 서비스로부터 소외된 계층은 물론 개인 사업자나 중소기업까지 주 고객층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전문가들도 법률정보나 표준화, 계량화가 가능한 분야에서의 AI 활용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10초면 분석 끝, 문서작성 대신하는 서비스


AI 법률 분석 서비스 '알파로'를 개발한 인텔리콘연구소는 최근 알파로 알고리즘에 기초한 금융계약 분석머신 알파로F(파이낸스)를 개발해 학습단계에 있다. 알파로는 딥러닝 학습을 기반으로 기계 독해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가 입력한 계약서를 5초 만에 독해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인간 변호사와 AI 변호사 간 대결에서 완승을 거두기도 했다. 계약서상 법적 쟁점과 주의ㆍ확인 사항을 추출해 분석한 뒤 누락ㆍ위험요소를 찾아 법적 근거와 대처 방법을 제시하는 기능을 갖췄다. 인텔리콘연구소 관계자는 "향후 일상 모든 영역의 계약서 검토가 가능한 만능 분석시스템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법률문서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서비스 '로폼'의 서비스도 각광받고 있다. 로폼은 내용증명이나 계약서 등의 문서 작성을 검토하고 대신해준다. 문서작성 이용료는 개인 이용자의 경우 1만원 단위부터 시작한다.


사용자 필요에 맞는 계약서를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마시멜로'는 원하는 계약 내용을 입력하면 AI 기술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의도를 분석한다. 위탁용역계약서, 금전대차계약서 등 250여개의 계약서 템플릿이 제공되고 있어 법률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쉽게 작성할 수 있다. 사용자의 상담 내용은 곧 학습 데이터로 변환돼 AI 알고리즘으로 학습된다. 개발사 리걸인사이트는 법률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일반에 마시멜로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국내 주요 리걸테크 스타트업. 그래픽 = 이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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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걸렸던 등기, 번거로웠던 지급명령도 비대면으로


법인등기 등록 등 법률 서비스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 개발된 서비스도 있다. '헬프미'가 대표적이다. 정보입력 후 관련 서류를 업로드 하면 72시간 내로 시스템이 처리해 등기신청서를 제출한다.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비대면으로 모든 업무가 진행 가능하다. 법인등기 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얻자 헬프미는 현재 상표등록과 상속문제 시스템도 개발해 함께 운영 중이다.


떼인 돈을 편리하게 받아 내는 지급명령 서비스 '머니백'도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법원이 별도 심문 없이 채무자에게 내리는 지급명령은 채무자의 이의신청이 없으면 지급명령이 확정된다. 소송으로 몇 개월 소요될 일이 쉽게 해결된 셈이다. 소명자료가 있는 경우 휴대전화로 촬영, 전송 후 이름과 서명만 입력하면 AI 딥러닝 시스템이 5분 만에 위임장을 작성한다. 변호사나 법무사 의뢰 시 100만 원대 전후로 들던 비용도 10만 원 대로 확 낮아졌다. 머니백은 지난해 지급명령 서비스를 통해 신청된 금액이 15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300만 건 이상의 법령ㆍ판례ㆍ조례를 딥러닝 기술로 학습한 '유렉스'는 법률용어가 아닌 일상용어로도 이용 가능한 검색 시스템이다. '학교에서 왕따당한 학생과 교장의 책임'을 검색하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과 관련 판례가 나열되는 식이다. 뺑소니로 검색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과 도로교통법 등 관련 법령과 역시 유사 판례가 차례로 제공된다. 법률전문가의 사고패턴을 반영해 법률 네트워크 지식구조를 갖춘 엔진 '아이리스'가 유렉스의 바탕을 이뤄 법조인은 물론 일반인까지 손쉽게 관련 내용을 확인하는 시각화 내비게이션 기능을 구현했다.


공학도 변호사가 직접 개발


'머니백' 대표 박의준 변호사는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출신으로 직접 개발자 4명과 함께 서비스 개발에 참여했다. 삼성전자 연구소에서 대체복무로 근무하며 업무 자동화 설계를 익힌 박 대표는 간단한 법률 서비스는 데이터베이스 학습을 통해 AI로 자동화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 서비스를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알파로'와 '유렉스'를 개발한 인텔리콘 대표 임영익 변호사는 서울대 생명과학과 출신으로 AI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사법시험을 본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뇌과학 전공으로 미국 유학 중 딥러닝을 접한 임 대표는 법률 AI를 개발 차 귀국, 법학을 모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2009년 사법시험에 도전해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시절인 2010년 인텔리콘 연구소를 설립, 본격적인 법률 AI 시스템 개발에 뛰어들었고 2015년 국내 최초 AI 법률 시스템 엔진 '아이리스'를 내놓으며 법률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알렸다.


현행법상 인공지능이 법률문서를 작성하거나 사무를 처리하는 일은 변호사가 주체가 돼야 위반 소지를 피할 수 있다. 앞서 2016년 대한변호사협회는 리걸테크 사이트 4곳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모두 무혐의(증거불충분)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병규 명지대 법학과 교수는 "AI 기반 리걸테크 발전은 당연한 수순이자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변호사에게 자격요건이 주어지는 데 필요한 라이센스가 AI에겐 없어 통제나 규제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자본의 입장에선 AI 변호사가 효율적일 순 있으나 인간 고유의 판단 영역에 제약 없이 AI를 도입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위협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턱을 낮춘 AI 법률 서비스의 보편화와 반대로 업계의 연구개발은 다소 주춤한 상태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인공지능ㆍ빅데이터 정책연구센터장)는 "현재 국내 리걸테크 산업은 독자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단계엔 이르지 못한 실정"이라며 "판례나 계약서 등의 분석 데이터에 대한 규제 완화와 함께 종전까지 변호사(공급자) 중심의 발전 방향을 수요자인 사용자 중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향후 발전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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