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원유철의 꼼수·안철수의 자충수가 만날 때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2일 최고위원회를 열어 소수정당 몫으로 당선된 용혜인ㆍ조정훈 국회의원 당선인에 대한 제명을 확정키로 했다. 당초 약속대로 본래 소속으로 복귀시키겠다는 취지다. 그리고 13일까지 모(母)정당인 민주당과의 합당 절차도 완료하게 된다. 이 또한 총선 전 국민과 약속했던 내용이다. 그 약속이 없었다면 '꼼수 비례정당'인 시민당이 17석의 비례의석을 차지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시민당이 비록 꼼수로 집권당의 '위성정당'으로 창당되긴 했지만 최소한 당초의 약속은 지킨 셈이다. 혹여 몇 석을 더 채워서 제3의 교섭단체로서 독자 운영키로 했다면 그걸로 민주당의 독주 시대는 막을 내릴 뻔 했다. 꼼수에 악수(惡手) 하나를 더 두면 거기서 판은 끝나기 마련이다. 현명한 국민이 그들의 판을 끝내는 엎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21대 총선에서 국민은 그 가능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문제는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다. 통합당은 여전히 길을 잃은 채 여의도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한국당도 덩달아 좌고우면하면서 길을 헤매고 있다. 길을 잃었다면 초심을 되새기면 답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애써 초심을 버리는 것은 딱 한번만 더 꼼수를 쓰면 제3의 교섭단체라는 '현금'을 챙길 수 있다는 생각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정상배들의 셈법'이다.
당초 한국당은 의석 한 곳을 추가해서 제3의 교섭단체로 독자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그러나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모호한 입장을 취하더니 최근엔 3석을 가진 국민의당과 연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아예 통합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손을 잡아야 한다"고 화답했다. 특유의 모호한 화법이지만 그들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제3의 교섭단체로 손을 잡는다면 두 정당에겐 회복 불능의 치명타가 될 것이다. 한국당은 19석을 만들어준 국민의 뜻을 배신하고 당초의 약속마저 짓밟았다는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태에서는 제3의 교섭단체 역할을 온전하게 할 수 없다. 통합당에게도 엄청난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결국 제3의 교섭단체를 해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의당도 '통합당 2중대' 이미지만 강화시킬 뿐이다. 그리고 상처투성이의 안 대표 이미지만 더 더럽히는 꼴이 될 것이다. 앞장서 '꼼수'라며 그토록 비판했던 바로 그 비례한국당과 손을 잡는다면 도대체 안철수의 국민의당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결국 '안철수의 자충수'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거대 양당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손을 들어준 배신행위는 '안철수 정치'의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이미 제3지대 정치를 훼절한 분열주의적 행태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중도에서 길을 잃고 있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일까.
한국당 원유철 대표가 10일 국민과의 약속대로 통합당과 합당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또 말이 바뀔지, 과연 말대로 행동에 나설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혹여 또 말을 뒤집거나 제3의 교섭단체니, 선(先) 연동형 비례제 폐지니 하면서 구태를 반복한다면 국민의 분노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당도 더 이상 기회주의적 행태를 그만두고 당당하게 제3지대 정치의 길을 걸어야 한다. 이미 그 길은 만신창이가 됐지만 아직도 '깃발'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찢겨진 깃발마저 팔아먹는 '막장의 정치'만큼은 정말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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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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