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협정 공백 5개월째, '유연함' 떠넘기는 美…"13억 달러 내라" 압박
트럼프 대통령 "한국 상당한 돈 지불하기로 했다" 기정사실화
美 '방위비 50% 증액' 수정 요구, 파상공세…한국측과 테이블 밖 힘겨루기
백악관 관리, 미 국무부 등 압박 발언 이어져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 협정(SMA) 공백이 5개월째에 접어든 가운데 협상 타결 지연을 두고 미국이 한국에 연일 압박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차 '한국이 큰 폭의 증액에 합의했다'는 식의 발언을 내놓은 데 이어 미 국방부와 백악관 관리가 ‘한국의 더 큰 기여’를 주장하면서 협상의 ‘유연함’을 강조하는 등 책임을 떠넘기는 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미국이 지난해(1조389억원) 대비 50% 이상 인상된 ‘13억 달러(약 1조5930억원)·다년 계약’을 수정 제안했다는 소식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면서 13% 수준의 증액을 견지한 한국측과 협상 테이블 밖 힘겨루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그레그 애벗 택사스 주지사와 접견한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한국은 상당한 돈을 지불하기로 했다”면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매우 부유한 나라들을 공짜로 보호하고 있다는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에도 외신과 인터뷰에서 “한국이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면서 유사한 취지의 발언을 내놨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월말 한미 방위비 협상 실무단이 도출한 ‘지난해 대비 13% 인상, 협상 주기 5년’을 골자로 하는 잠정 합의안을 거부한 이후 협상 테이블 밖 압박은 한층 거세지고 있다. 미 백악관 고위관리와 미 국방부 등은 “더 많은 비율로 기여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발언을 그대로 이어 받아 한국측의 변화를 연일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는 발언의 내용이 크게 바뀌었다. 잠정 합의안에 대한 최종 타결이 무산된 이후 미국은 여전히 방위비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으나, 지난달 22일 한미 국방부 고위급 회의 이후에는 한국의 적극적 변화를 요구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미국측이 지난해 대비 50% 늘어난 13억 달러를 수정 요구했다는 소식에 이어 2배 이상 늘어난 20억 달러를 요구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미 행정부는 특히 ‘한국의 유연함’을 촉구하는 발언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대변인은 “한국이 더 기여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견해”라면서 “미국은 수용 가능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최근 몇 주 동안 상당한 유연성을 보여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추가 타협이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초에 요구한 50억 달러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을 하향 조정했다는 점을 내세워 압박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일(현지시간)에는 마크 내퍼 미국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까지 나서 협상 타결 지원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유연함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퍼 차관보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우리쪽은 지금까지 유연했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쪽에서도 유연함을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측의 유연함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면서 방위비 대폭 증액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7일(현지시간)에는 “우리는 진화하는 전략 환경에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 데 있어 한국에 더 크고 공평한 비용 분담을 짊어지라고 요청하고 있다"는 제임스 앤더슨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부차관 지명자의 상원 인준 청문회 서면답변까지 나왔다.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 미국측의 파상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 정부가 미국의 새로운 제안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 잠정 합의안이 담았던 인상폭을 조정하는 수준으로는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그 금액이 우리로서는 가능한 최고 수준의 액수"라며 못을 박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일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을 통해 "협상 결과는 양쪽이 다 수용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한데 이어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 역시 "우리도 유연성을 발휘했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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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시계가 불투명한 가운데 극적인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요청으로 성사된 한미 외교장관 전화통화에서도 방위비 협상 문제가 언급, 조속한 타결 의지를 확인하는 통상적인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달을 넘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4000여명의 무급휴직도 기약 없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생계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특별법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 불안정한 상황에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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