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완화 일부 대학 학사 일정 재개
대학가, 자녀 교육 지나치게 관여하는 '헬리콥터 맘·대디' 등장
일부 부모 "출석 했는지 알려달라" 요구하기도
전문가 "부모·자녀 모두 서로에게 의존하지 말아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체계가 완화됨에 따라 미뤄지거나 취소가 되었던 일부 대학이 학사 일정 재개에 나섰다. 일부 대학들이 대면 수업을 시행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자녀의 교육에 관련된 문제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부모인 일명 '헬리콥터 맘·대디'들로 인해 교직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체계가 완화됨에 따라 미뤄지거나 취소가 되었던 일부 대학이 학사 일정 재개에 나섰다. 일부 대학들이 대면 수업을 시행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자녀의 교육에 관련된 문제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부모인 일명 '헬리콥터 맘·대디'들로 인해 교직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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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슬기 인턴기자] # 서울의 한 대학교 과 사무실에서 조교로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A(28) 씨는 지난 학기 업무를 하면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기말고사가 끝난 후 성적이 공개되자 일부 학부모들이 자녀의 성적 항의를 하는 민원 전화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A 씨는 "한 학부모가 전화를 해 시험 문제를 왜 이렇게 쉽게 내서 성적이 제대로 안 나오게 하냐며 화를 내시더라"라며 "기본 학사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민원 전화가 많이 오는 통에 전화를 일부러 받지 않았던 적도 있다"라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됨에 따라 미뤄지거나 취소가 되었던 일부 대학이 학사 일정 재개에 나섰다. 이에 일부 대학들이 대면 수업을 시행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자녀 교육에 관련된 문제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부모인 일명 '헬리콥터 맘·대디'들로 인해 교직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등으로 미뤄졌던 학사 일정 등을 물어보는 것을 넘어 교수에게 자녀 '출석을 했는지 확인 문자를 보내줄 것'을 요구하거나 '시험 문제를 제대로 내라'는 등 항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직원들 역시 학부모의 간섭이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학교 과 사무실에서 행정 조교로 근무하고 있는 B(31) 씨는 "자녀가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는데 강의를 제대로 듣지 않는 것 같다며 성적을 어떻게 매길 것인지 물어보는 전화를 받았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해 개강이 늦춰지고 있는 것과 강의 서비스에 대해 학생들과 학부모의 우려는 이해가 가지만 성인인 자녀의 문제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라고 토로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녀의 취업과 관련해 인턴 자리에 자신의 자녀를 추천해줄 것을 청탁하거나 실습 프로그램 등을 개설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B 씨는 "학교 홈페이지에 공고가 되었던 인턴십 모집 기간이 지난 후에 한 학부모가 과 사무실로 전화를 해 '공고를 늦게 확인해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하지 못했으니 다시 지원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라며 "절차상 그렇게 해드릴 수 없다고 하니 '우리 애 취업 못 하면 당신이 책임질 거냐'는 항의를 하기도 했다"라고 털어놨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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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학교, 해양대학교 등 특수 성격을 띤 일부 대학에서는 학부모 연합회와 같은 학부모 커뮤니티를 만들어 자녀의 대학 생활에 간섭하는 경우도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대학교 학부모 연합회 커뮤니티에는 자녀의 성적을 어떻게 확인하는지 물어보는 글을 비롯해 성인 자녀의 유니폼 치수 변경 및 빨래 세탁 방법 등이 올라오기도 했다.


학부모 C 씨는 "기숙사에 세탁기가 있지만, 아이가 세탁기를 다룰 줄 몰라 주말마다 여행 가방에 빨랫감을 가득 가져온다"며 "기숙사 측이 세탁기 사용 방법을 교육해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또 다른 학부모는 "학교 기숙사에서 층간 소음에 시달린다는데 XXX, XXX(학생 이름)는 같은 동기니 잘 지냈으면 좋겠다"라며 자녀의 교우 관계에도 간섭하는 것으로 보이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자녀의 학교생활에 관심을 가지는 부모들이 늘어나자 지난해 일부 대학 측은 학부모들을 위한 이른바 '학부모 포탈'을 개설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연세대학교는 학부모가 직접 성적을 열람할 수 있는 '학부모 성적조회 서비스'를 실기하기로 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화여대는 학부모를 위한 인터넷 페이지를 개설했다.


전문가는 자녀 수가 적어져 어려서부터 아이를 관리하던 부모와 이런 부모에게 의존하던 자녀의 관계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모와 자녀 모두 서로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려서부터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아이를 관리하던 부모들이 갑자기 아이가 성인이 되어 자신들의 품을 떠나는 것을 서운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 과정에서 부모 스스로 자신들의 존재감에 회의를 느끼거나 '할 일이 없어졌다'라고 느끼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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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교수는 "이 경우 부모가 자신의 자녀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자녀로부터 독립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또한 전 세계적으로 성인이 되어도 부모가 자신을 돌봐주길 바라는 '캥거루족'이 늘어나는 추세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자녀도 마찬가지로 부모에게서 독립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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