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여성살해 사건' 여성들 규탄…'페미사이드' 근절 대책 없나
'창원 여성살해 사건' 용의자, "냉랭하게 대해서 범행" 취지 진술
여성계 "피해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발생한 여성혐오 범죄" 규탄
전문가 "혐오·차별 표현 막을 법 제정 시급"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최근 경남 창원에서 식당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업주인 6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연일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성계는 이같은 여성혐오 살인, 즉 '페미사이드'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페미사이드는 '여성'(Female)과 '살해'(Homicide)의 합성어로, 다이애나 러셀 미국 밀스 칼리지 교수가 1976년 여성대상범죄 국제재판소에서 처음 사용하면서 알려졌다.
러셀 교수는 1992년 출간한 동명의 저서에서 이를 "역사적으로 불평등한 남녀의 권력 관계에서 기원했다. 여성에 대한 증오, 경멸, 쾌락, 소유욕 등이 동기가 되어 남성이 자행한 여성에 대한 여성혐오적 살해"라고 정의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페미사이드를 '여성이라는 이유로 연애 상대, 동거인, 배우자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개념이 확대돼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점이 범행 동기 및 이유로 작용한 범죄를 포괄한다.
지난 4일 경남 창원중부경찰서에 따르면, A(43) 씨는 이날 오전 의창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고깃집 주인 B(60) 씨를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고기를 구워주지도 않고 다른 손님들과 다르게 차별하고 냉랭하게 대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가 B 씨가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여성계는 "피해자가 여성이 아닌 남성이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범죄"라며 이를 페미사이드로 규정하고 대책 마련 및 가해자에 대한 강력 처벌을 촉구했다.
경상도 비혼공동체 WITH와 전라도 비혼커뮤니티 ViSion은 같은 날 '페미사이드 추모·연대 성명문'을 내고 "일고의 가치도 없는 가해 남성의 진술을 보고 있자면, 지금껏 제각기 다르면서도 같은 이유로 살해당했던 수많은 여성들이 마음속에 떠오른다"며 "가해 남성이 지은 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을 때까지 관심을 가져달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여성들은 '#창원여성살인사건', '#여성은_여성이기때문에_살해당한다' 등 SNS 해시태그 운동을 펼치는 등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여성 살해 범죄는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2017년 한국여성의전화가 경찰청 범죄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살해되거나 살인미수 피해를 입은 여성은 2039명으로 집계됐다. 살해된 여성과 살해 위협에서 벗어난 여성의 수는 각각 1002명, 1037명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여성혐오 범죄 피해 관련 통계와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데 있다.
지난해 5월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주관한 여성폭력 범죄통계 개선 세미나에서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가해자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집중하는 반면 해외에서는 피해자가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주목하고 있다"며 "해외의 유용한 국제 범죄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고 국내 형사 사법체계에 적극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물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페루,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 해외 16개 국가 법안에는 페미사이드가 범죄용어로 등록돼있다. 프랑스 정부도 지난해 페미사이드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같은 해 11월 대규모 반(反) 페미사이드 시위 이후 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전문가는 차별과 혐오에 기반한 범죄를 예방하고 교육할 수 있도록 관련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배복주 전 전국성폭력상담소 대표는 "여성혐오가 살인의 동기가 된다는 게 우리 사회의 문제"라며 "이같은 혐오는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인 문화, 여성을 대상화하는 문화, 여성이 낮은 위치의 사람으로 존재한다는 인식에 기반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배 전 대표는 "(여성이) 낮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낮은 위치를 역전시키는 현상이 벌어지거나 남성으로서 기득권이 침해받게 되면 남성은 역차별을 느끼게 된다"며 "(여성 혐오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하게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성차별적 문화와 구조를 변화시키는 교육이 필요하고, 구체적으로는 이를 막을 근거가 되는 관련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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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차별금지법 같은 성, 젠더를 기반으로 차별이나 폭력이 발생했을 때 제재를 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며 "혐오를 조장하는 말을 하거나 표현을 하는 것에 대해 제재를 할 수 있는 예방적, 교육적 차원의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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