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당겨서 만든 감정이 아득할 때

당신이 아직이 아니고 다음이 아닐 때

나는 여수에 간다


여수에 가면 동백은 하나의 단위가 된다

“두 동백 정도는 보고 가야지

오동도 바람은 꼭 세 동백 같아”

사람들은 빨갛게 말한다

당신을 혼자 두고 와

어제는 여섯 동백을 걸었다


갓김치의 알싸한 맛에 당신의 슬픔을 베고

한 다섯 동백 잤으면

당신의 뒤를 바다에 새기며 향일암 일출을 기다린다

동백 동백 모여드는 눈동자들은

붉어서 좋다


오늘 아침에는 너무나 생생한 붉음의 윤곽 안에서

일곱 동백 울었다

AD

[오후 한 詩] 여수에서/정진혁
AD
원본보기 아이콘


■ 올해엔 동백을 보질 못했다. 동백 아래 박새도 보질 못했다. 아니다. 실은 설핏은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기억나질 않는다. 그렇게 삼월을 그리고 사월을 보냈다. 그동안 목련이 피었다 지고 민들레도 흩어졌다. 부전나비 둘을 본 듯도 한데 어디로 날아갔는지는 모르겠다. 제비꽃도 이젠 보랏빛으로 이울어 가고 라일락도 잎새들 속에 향기를 숨기려 한다. 그러나 그 곁에 잠시라도 서 있질 못했다. 그리고 당신 생각도 하질 못했다. 이 시를 읽고서야 문득 당신 생각이 났다. 동백처럼 붉었던 그 시절 그 마음이 겨우 생각났다. "일곱 동백"을 울 것만 같다. 채상우 시인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