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의 눈물' 관악구 모자 살인사건 남편 … 장례식엔 20분 머물러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이 사건 공판절차에서는 사망한 피해자들의 현장사진, 부검사진, 장기사진들이 현출돼 유족들이 극도의 슬픔을 표하고 공판검사도 슬픔에 잠기도록 하는 상황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피고인은 검사의 사형구형 당시 외에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지극히 냉정한 태도를 보여 왔다."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아내와 여섯살배기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조모(42)씨의 1심 판결문에 나오는 한 부분이다.
조씨는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손동환)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자 "저도 사랑하는 와이프와 아들을 잃은 피해자"라며 "누구보다 범인을 잡고 싶고 억울하다"고 눈물로서 무죄를 호소했었다.
그러나 1심 판결문을 살펴보면 당시 조씨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A4 용지 44장으로 이뤄진 판결문에는 범죄사실과 증거 외에도 조씨의 범행 전ㆍ후 행동 등이 담겼다. 그리고 그의 범행 전ㆍ후 행동은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간접적인 정황증거가 됐음을 알 수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조씨는 사건 다음날 연락이 되지 않아 피해자들을 찾아 나선 유족들과 달리 경찰 신고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숨진 아내의 휴대전화에 소재를 묻는 문자 메시지 2통을 보내고 잠까지 잤다. 조씨는 자정께 경찰로부터 피해자들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그는 아내와 아들의 사망 경위는 묻지 않고 담담히 사건 현장으로 가겠다는 의사만 밝혔다고 한다.
이후 조씨는 아내와 아들의 사망 소식을 자신의 친가엔 알리지 않았다. 장례식장에도 변호사를 동행해 찾았다. 장례절차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으며 20~30분 만에 자리를 떴다고 판결문에 나온다. 이 모습에 대해 당시 현장감식 경찰관은 "전혀 슬퍼하는 듯한 느낌이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조씨는 아내와 아들의 장례가 끝난 이후에도 영화를 다운로드받거나 신변잡기적 내용을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자신의 아내와 아들을 죽인 '범인'을 찾아 나선다거나 수사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재판부는 "변호사의 조언을 받은 행동이었다고 하나 가족을 잃은 사람이라고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가 지난 24일 선고공판에서 양형 이유를 밝힐 때도 조씨는 덤덤한 표정이었다. "아내와 아들은 죽는 순간까지 피고인을 사랑하고 존중했는데 그 결과는 끔찍한 죽음이었다. 어린 아들은 아빠를, 아내는 남편을 반갑게 맞았는데 피고인은 뚜렷한 살해 의도를 가지고 잠이 들어 전혀 반항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을 무참히 살해했다. 살해한 방법과 그 결과는 참혹하기 이를 데 없다." 이 같은 양형 이유에 울음을 터뜨리는 피해자들의 유족과 친구들과 대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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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는 수사 과정부터 범행을 부인했다. 수사당국도 혐의를 입증할 범행 도구나 폐쇄회로(CC)TV 등 명확한 증거를 끝내 찾지 못했다. 때문에 조씨는 향후 시작될 2심에서도 직접 증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무죄를 주장할 수도 있다. 또 한 번 악어의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조씨의 항소장은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 항소는 선고 후 7일 이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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