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벽 넘어야 '한국판 뉴딜'
기재부, 기획단 구성 논의 착수
디지털 등 일자리 50만대 창출이 핵심
원격의료 등 관련법 처리 하세월
[아시아경제 최대열·주상돈(세종)·장세희 기자] 정부가 이번 주 열리는 첫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한국판 뉴딜'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할 계획이다. 한국판 뉴딜 정책은 디지털 분야를 중심으로 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국회에서 가로막힌 관련 법안 통과부터 선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9일 홍남기 경제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리는 첫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한국판 뉴딜 추진 방향을 논의하고 관계부처와 세부 사업을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이를 위한 기획단 구성에 착수한 상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판 뉴딜 추진을 위한 기획단 구성을 논의 중"이라면서 "구체적인 방향성도 여러 가지 내용을 두고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비대면(언택트) 산업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한국판 뉴딜 사업이 원격의료와 에듀테크 등을 위해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원격의료는 통신을 통해 의료 정보와 의료 서비스를 전달하는 진료 및 처방이다. 그동안은 '대면진료' 원칙을 주장하는 의료계의 반발로 막혀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다시 원격의료 허용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가상현실(VR) 등 첨단 기술을 융합한 언택트 교육서비스도 코로나19 이후 주목 받고 있다. 섬이나 산간지역 등 교육 접근성이 낮았던 지역에도 디지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외에도 스마트공장과 스마트 시티 등 정부가 기존에 추진해오던 정책 역시 디지털 뉴딜 사업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원격의료, 온라인 교육을 망라한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심 분야로 언급되는 원격의료의 경우 서비스산업발전법과 의료법이 국회에서 9년째 발이 묶여 있는 만큼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발판으로 당정청의 과감한 결단과 판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은 18대 국회 때 발의돼 20대 국회까지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은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기반을 다져 일자리를 만들고 내수를 살리자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서비스 산업 연도별 시행 계획 수립과 추진 상황 점검, 서비스 산업 총괄 컨트롤 타워 구성, 기존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서비스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연구ㆍ개발(R&D) 유도, 재정ㆍ금융 지원 등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2011년 12월 국회에 처음 제출된 이후 18대와 19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가 다시 제출되기를 반복했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은 의료 분야의 법 적용 대상 여부를 놓고 여야 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서비스발전법이 제정되면 이 조항 때문에 자칫 원격 의료와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을 불허하는 의료법이 무력화되면서 의료 공공성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원격의료는 의료계의 반발에 국회 문턱을 번번이 넘지 못했다. 결국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환자와 마주하지 않고 진료하는 원격의료는 현행 법에서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의료법 34조는 원격의료를 허용하되 의료인끼리만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의료인이 먼 곳에 있는 다른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경우로 한정한 것이다. 정부는 관련 법개정을 추진했지만 의료계는 물론 일부 시민단체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는 국민의 의료이용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원격의료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의료계에선 오진에 대한 우려나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이유로, 시민단체에서는 의료영리화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대 국회 이후 매번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이 같은 이유로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4차산업혁명의 대표 서비스인 인터넷은행도 국회에 가로막혔다. KT가 인터넷은행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은 지난 3월 국회 본회의에서 발목이 잡혔다. 당초 여야간 합의에 따라 법사위 통과 후 본회의도 통과될 것이란 관측이 있었으나 일부 여야 의원 사이에서 "KT에 대한 특혜"라고 주장하면서 끝내 무산됐다. 법이 통과됐다면 KT가 대주주가 된 후 경영난을 겪는 국내 첫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에 자금수혈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문제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개정안, 원격의료 허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 등은 5월 말 임기가 끝나는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1대 국회의 각 상임위원회 구성이 최소 2~3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논의는 9월 시작되는 정기 국회 때가 돼야 가능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을 중심으로 하는 뉴딜 사업을 통한 고용 창출 효과는 적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디지털ㆍIT 등 비대면 분야는 다른 산업에 비해 노동이 덜 들어간다는 분석이 있다"며 "고용 창출 효과가 실제로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IT 분야는 재정을 통해 직접 일자리를 만들기보다는 IT 기술 개발 분야가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새 사업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부분에 집중해 민간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모든 분야의 일자리를 직접 채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숫자에 집착하기보다는 새로운 개념으로 일자리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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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산업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각 산업별 매출액, 기술인력, 재무 상황 등을 체계적으로 고려해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의 방향 설정이 제대로 돼야한다"고 조언했다. 또 "우리 산업 경쟁력이 어디까지 왔는지 살펴본 후 전통산업에 대한 업그레이드 방안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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