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시간' 이제훈의 새로운 얼굴
[이이슬 연예기자]
이제훈의 새로운 얼굴이 반갑다.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나. 이제 이제훈 이름 앞에 또 다른 수식어가 붙을지도 모르겠다.
이제훈은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에서 위험한 계획을 설계하는 준석으로 분한다.
'사냥의 시간'의 배경은 먼 미래의 대한민국. 삶은 더 팍팍해졌고, 희망마저 조각나버린 황폐한 도시. 마치 우물에 갇힌 듯 벗어날 수 없는 지옥이다. 청춘에게 도시는 더 가혹하다. 하루하루 살아 견뎌야 하는 이들에게 한탕의 꿈은 유일한 탈출구다.
영화는 준석이 교도소에서 출소해 장호(안재홍 분), 기훈(최우식 분)과 재회의 기쁨을 만끽하며 시작한다. 준석은 교도소에서부터 도박장 금고를 털 계획을 세우고 친구들과 설계에 나선다. 여기에 도박장에서 일하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상수(박정민 분)까지 의기투합해 철저한 계획을 세운다. 총까지 사들인 네 사람은 계획을 실천에 옮기고 금고를 터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의문의 남자 한(박해수 분)이 이들을 집요하게 쫓는다. 마치 사냥의 하듯 서서히, 숨 막히게 네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이제훈은 '아이 캔 스피크'(2017) 이후 3년 만에 영화로 컴백했다. 사실 그는 배역에 자신을 던지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영리하게 계산된 연기와 카메라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본능적 밸런스가 잘 조화된 배우에 가까웠다.
'사냥의 시간'에서의 이제훈은 조금 다르다. 그는 준석의 불안과 절박함을 실감나게 표현한다. 자칫 힘이 들어갈 법한 캐릭터에 힘을 빼고 배역에 가까워지려 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또래 배우들과 자연스러운 연기 호흡도 볼 만하다.
변신도 인상적이다. 짧게 자른 머리, 스트리트 패션 사이로 비치는 문신까지. 다수 작품에서 정갈하게 가꾼 외모로 등장했던 것과 다르게 처절한 준석에 어울리는 외형을 갖췄다. 미모를 포기하고 선택한 도전이 또 다른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냥의 시간'은 윤성현 감독이 그린 '파수꾼'(2011) 세계관의 확장도 돋보인다. 전작에서는 세밀한 감정의 파편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다소 직선적 연출방식이 돋보인다. 음울한 도시, 불안에 휩싸인 인간들은 '파수꾼' 세계의 연장선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이제훈은 자신을 있게 한 영화 동지인 윤상현 감독과 재회로 의미를 더했다. 준석은 어떤 면에서 '파수꾼' 기태가 살아난 듯한 느낌을 준다. 프레임을 가득 채우는 준석의 불안과 조소가 전작과 같은 결에서 확장된 까닭이다.
'사냥의 시간'은 반복되는 클리셰와 다소 허술한 전개, 연출 방식 등에서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이지만, 이제훈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는 빛난다. 멜로를 벗은 안재홍의 얼굴이 반갑고, 최우식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의 얼룩이 그대로 배어나 인상적이다. 박정민도 짧은 분량에도 극의 공기를 바꿔버릴 만큼 강렬한 연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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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반짝이는 이제훈의 새로운 얼굴이 다음 작품을 더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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