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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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불황 국면일 때 자영업이나 중소기업은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버텨내기가 어렵다. 불황의 1차 파도가 이들 부문에 먼저 도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금 여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황 국면에서 정부의 기업 대책은 대기업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겪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발(發) 경제 위기는 그러한 통상적인 경기 사이클상의 작은 파도가 아니라 거대한 쓰나미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이미 항공산업에서는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비행장은 항공기들의 주차장이 된 지 오래이고 항공사 인력들은 무급휴직이 보편화했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으면 항공업계의 공멸은 불 보듯 뻔하다. 저비용항공사(LCC)건 대형항공사건 간에 다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여기에서조차 '기울어진 운동장'을 말한다면 그것은 현실 감각이 한참 떨어지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문제는 앞으로 대기업들이 이끌고 가는 상당수 주력 수출 산업에서 이러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 확실하다는 점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9%가 감소했다. 자동차와 석유제품, 무선통신기기 등은 물론이고 그동안 잘나가던 반도체마저도 수출이 크게 감소했다. 대기업이 어려워질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우리는 거제에서, 울산에서, 그리고 군산에서 알 수 있었다. 대기업을 살리지 못하면 협력업체의 도산과 지역 경제의 파탄이 만연하게 될 것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말한 것처럼 이번 위기는 아마 2009년 금융 위기보다도 심각할 것이며, 세계 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대기업들도 버티기 어려운 최악의 경제 위기가 바로 지금의 위기인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의 관심은 자영업과 중소기업에 편중됐다. 대기업이 쓰러졌을 때 어떠한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외면하는 듯이 보인다. 그래도 최근 들어 일부 적자 기업에 대해 전격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선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다만 그러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극단적인 경우, 즉 상당수 대기업이 유동성이 부족한 경우도 생각해봐야 한다. 자영업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는 차원이 다른 대규모의 자금이 소요될 수 있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자구 노력이 동반돼야 하며, 그러한 기업에 대해 우선적으로 지원이 들어가야 한다. 지원의 기준은 일부에서 주장하는 고용 유지가 돼서는 안 된다. 자구 노력이라 함은 결국은 구조조정이다. 자산과 생산설비, 인력 모두를 포함한 다운사이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 고용 유지라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면 외환 위기 당시의 기업 채무불이행(디폴트) 도미노와 금융 시스템의 붕괴가 재연될 수도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위기에 대해 아무도 그 끝을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환 위기 당시의 아픈 기억이 다시 소환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물론 사회적으로 보면 고용 안정도 중요하다. 기업도 실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의무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것도 경쟁력이 고갈돼 존속성이 보장될 수 없는 기업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기업이 없어지면 일자리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운이 좋게도 이 코로나19 위기가 빨리 끝나면 좋겠지만 왠지 앞으로 많은 기업이 생사의 갈림길에 들어갈 것 같은 불안감을 떨치기가 어렵다. 그래서 고용 유지를 기업 지원의 조건으로 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올 때마다 참 답답함을 느낀다. 기업이 살아야 근로자도 살고 그리고 경제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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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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