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교수 "정부 재정, 적자냐 아니냐 중요치 않아…생산적 활용이 핵심"
[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이준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정부 재정에 적자가 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생산적인 방식으로 적자재정을 활용했는지 여부가 핵심"이라며 정부의 과감한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국가 재정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시장 안팎의 문제제기에 대한 조언으로 풀이된다.
이 교수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건전재정의 도그마에 빠진 사람들은 적자재정 그 자체가 마치 무책임한 재정운영의 전형이라도 되는 듯 매도하는 걸 볼 수 있다"면서 이 같이 적었다. 그는 "이런 교조주의적 태도는 지금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1930년대 대공황 하에서 케인즈가 제시한 '기능적 재정' 개념을 언급하며, 경제 상황을 불문하고 건전재정을 유지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여기는 것은 경직된 사고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상황에 따라서는 일시적으로 건전재정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적자재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것이 바로 케인즈가 제시한 '기능적 재정'이며, (그는) 대공황의 덫에서 빠져나오려면 정부지출의 과감한 증가를 통해 수요 부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그렇다면 적자재정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최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 정책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서는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확장적 재정 정책 하나만으로 풀어낼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면서 "좀 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구태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하고 이것이 효과를 거두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 재정건전성을 앞세워 재정확장을 추구하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두고는 "건전재정이란 도그마에 빠져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서 "그 동안의 경험에서 드러났 듯, 통화 정책을 통해 불황에서 벗어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IMF 같은 국제기관에서도 과감한 재정확장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수준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하고, 최근 국제신용평가기관 S&P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A 등급으로 유지한 것을 언급하며 "국가채무에 관한 한 아직 안전지대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우리가 벌써부터 겁을 집어먹고 머뭇거릴 필요가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아울러 "국채의 발행은 미래 세대의 (조세)부담을 늘린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만약 국채 발행을 통한 정부의 추가적 수입이 모두 현재 살아 있는 사람들의 소비를 늘려주는 목적으로만 지출된다면 그 지적이 맞다. 그러나 국채 발행을 통한 추가적 정부지출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미래의 세대도 더 높은 소득을 얻을 수 있다면 미래세대로 부담이 전가된다는 논리는 타당성을 갖지 못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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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래세대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건전재정이란 도그마에 빠져 불황에 빠진 경제를 그대로 방치해둔 앞 세대의 무책임함이 더욱 원망스러울 것"이라면서 "한시라도 빨리 불황국면에서 빠져나와 순조로운 성장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미래세대를 위한 최선의 방책"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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