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무원 법카 선결제 '0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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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최근에도 공무원 법인카드 선결제는 전혀 없어요. 정부가 선결제를 장려한다고 해서 조금은 기대했는데…. 하긴 하는 건가요?"


21일 정부세종청사 인근의 한 음식점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지난 8일 정부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위축된 내수활성화, 특히 '공공부문의 최종 구매자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공무원의 업무추진비 선결제를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해당 발표 이후 2주가 지나도록 법카 선결제가 단 한 건도 없자 상인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선결제 실적이 미미한 배경에는 공무원 조직의 복지부동 문화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4일 선결제에 대한 사용지침을 담아 수정한 '2020 예산 집행지침'을 마련해 각 부처에 전달했다.


이에 따르면 업무추진비 선결제 시엔 지출목적ㆍ예상금액ㆍ장소 등 지출 관련 기본 정보에 대해 사전 내부결재를 받아야 한다. 이때 선결제가 일부 업체에 편중되지 않도록 각 부처에서 부서의 선결제 계획을 취합ㆍ조정해 부처의 선결제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사항을 관리하도록 했다.

또 코로나19와 관련해 비상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법정공휴일 및 토ㆍ일요일에도 증빙 없이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있다. 선결제는 기존 업무추진비 사용제한 업종인 유흥주점과 사우나, 골프장, 카지도 등을 제외하곤 가능하다. 선결제 규모에 대해선 '남은 업무추진비의 20% 이상을 집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가령 업무추진비가 연간 120만원인데 이미 20만원을 써서 남은 금액이 100만원이라면 2분기(4~6월) 중 20만원 이상을 선결제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선 공무원사회에선 여전히 '내가 진짜 선결제를 해도 되나'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기재부가 각 부처에 해당 지침을 전달했지만 소속 부처에선 아직 이렇다 할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각 부처의 해당 실무자들은 '기재부의 집행지침이 모호하다'는 입장이다. 업무추진비의 사용 목적과 장소 등을 명시해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향후 계획이 불투명한 업무의 경우 계획과 실사용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책임을 묻지 않아도 되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또 선결제 비중에 대한 적정한 수준도 고민이다. 기재부는 '20% 이상 선결제하라'고 했지만 먼저 결정을 했다가 다른 부처에 비해 이 비중이 너무 많거나 적은 경우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단 다른 부처의 상황을 지켜보자"며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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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앞서 수차례 강조한 것처럼 코로나19 여파 극복을 위한 지원의 관건은 속도다. 내수위축 최소화를 위해 기존 공무원사회의 지출 관행을 깨고 선결제를 허용한 만큼 이번 선결제 방안이 탁상행정에 그치지 않도록 속도를 내야 할 때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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