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보증 산은서 40조 기금조성…항공·해운·車 등 우선지원
국책은행 자본 확충 후 회사채·기업어음 매입해 유동성 공급
93만명에 긴급고용안정지원 150만원…취약계층 보호 강화
문 대통령 "고용효과 큰 사업 통해 '포스트 코로나' 혁신성장"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김보경 기자, 장세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22일 열린 비상경제회의에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위기를 맞고 있는 항공 등 기간산업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고용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10조원 규모의 고용 안정 패키지 정책을 내놨다.
이는 지난 2월 말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 두 달 만에 나온 고용ㆍ기간산업 대책이다. 정부는 그동안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고용 상황을 살피면서 찔끔찔끔 대책을 내놓다가 대량 실업사태가 벌어질 위기감을 느끼자 그제야 과감하고 전폭적인 대책을 발표했다.
40조 규모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영…"고용 유지해야"
정부는 우선 산업은행을 통해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운영할 계획이다. 기금은 산은이 채권을 발행하고 정부가 보증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산은은 기업이 고용 총량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대출ㆍ보증ㆍ출자 3가지 방식으로 기업을 지원한다. 기간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대신 고용은 유지하라는 것이다. 산은은 항공?해운?자동차?조선?기계?전력?통신 등 최근 어려움을 겪는 7대 기간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재원 마련 등 세부적인 내용은 향후 협의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산은이나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해준 뒤 이들이 기간산업의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회사채나 CP 등을 매입하는 별도의 기구를 설립하는 방안도 논의 선상에 올라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회사채매입기구(PMCCFㆍSMCCF)와 CP매입기구(CPFF)를 벤치마킹한 모형이다.
기간산업에 대한 출자는 전환사채(CB)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업이 정상화됐을 때 산은이 지분을 보유해 국민이 그 이익을 공유한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이날 "기간산업을 지키는 데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대신에 지원받는 기업들에 상응하는 의무도 부과하겠다"며 "고용 총량 유지와 자구 노력, 이익 공유 등 장치를 마련하겠다. 고용 안정이 전제돼야 기업 지원이 주어지며, 임직원 보수 제한과 주주 배당 제한, 자사주 취득 금지 등 도덕적 해이를 막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상화 이익을 국민과 공유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산은에 대해 현물 출자 대신 보증을 택한 것은 예산과 법적인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 예산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하는데 이 경우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현물 출자는 금액이 적고 평가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한계가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보유한 공기업 주식 중 시장성 있는 주식은 총 3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필요한 40조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은행, 한국가스공사(KOGAS) 등 상장돼 있는 주식만 현재 매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패키지 고용대책에 10조 투입…특고 지원·공공일자리 확대
정부는 이날 긴급고용안정대책에 10조원을 별도로 투입해 코로나19로 현실화되고 있는 고용 충격에 적극 대응한다고 강조했다.
실업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프리랜서, 무급휴직자 등 고용 안전망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도 확대됐다. 93만명에 대해 3개월간 50만원씩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한다.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것은 1차 추경으로 마련한 2000억원 규모의 지역 고용 대응 지원 사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항공지상조업, 면세점업, 전시·국제회의업, 공항버스를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에도 고용유지지원금을 휴업(휴직)수당의 90%까지 지원한다. 고용보험료와 산재보험료, 장애인 의무고용 부담금의 납부 기한이 6개월간 연장되고, 체납처분 집행이 유예된다. 항공지상조업과 면세점업 근로자ㆍ구직자는 생활안정자금 융자 한도가 확대되고 요건이 완화된다.
또한 비대면(언택트) 공공일자리 10만개, 취약계층 공공일자리 30만개 확충 등으로 고용시장에 대한 긴급 수혈에 나섰다. 청년을 채용하는 민간 사업장에 지원금을 주는 방식도 활용한다.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0대 청년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7만6000명 줄어 전 연령대 가운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코로나19로 기업의 신규 채용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는 데다 아르바이트 등 청년들로 채워지던 민간 일자리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민간 부문의 고용 창출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국민에게 제공하겠다"며 "공공 부문 일자리와 청년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을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연기되는 공공 부문 채용 절차도 하루빨리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르면 다음 주부터 범경제 부처가 참여하는 경제중앙대책본부 체제가 가동된다.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를 종료하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주재하던 위기관리대책회의가 경제중대본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응 대책들이 시장에서 잘 돌아가는지 현장을 살펴볼 계획"이라며 "추가적으로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면 그에 맞는 대책을 수시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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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정부는 한편으로 범국가적 차원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규모 사업을 대담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고용창출 효과가 큰 대규모 국가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단지 일자리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혁신성장을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관계 부처는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로서 이른바 한국판 '뉴딜'을 추진할 기획단을 신속히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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