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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불행에 '쌤통'이라는 당신은 정상?[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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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실수나 불행을 기뻐하는 인간의 심리는 잘못된 것일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남의 실수나 불행을 기뻐하는 인간의 심리는 잘못된 것일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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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많은 사람들이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보면서 속으로는 고소해 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요?


비단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평소 남의 불행을 보고 은근히 즐거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소한 실수로 직장 상사에게 꾸중을 듣는 동료를 보며 안타까움보다 고소함을 느낀다거나, 친구와 사귀던 사람과 헤어졌을 때 은근 '쌤통'이라면서 기뻐한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많은 경우가 있지요. 평소 질투하던 지인의 사업이 망했을 때, 실력 없이 오만한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가 무대에서 망신을 당할 때 등등. 그리고 서로 다른 국가의 국민들 간에도 이런 심리는 작용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의 환자가 증가할 때도 은근히 쌤통이라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요?


일본은 가깝지만 먼 이웃으로 평소 한국을 깔보는 것 같고, 미국은 요즘 방위비 협상 등으로 한국을 호구로 보는 것 같으며,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서슴지 않는 유럽인들도 밉기 때문 아닐까요? 그런데 이런 쌤통 심리를 가지는 것이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런 사람의 심리를 표현하는 단어가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입니다. 독일어로 손해를 뜻하는 '샤덴(Schaden)'과 기쁨이라는 뜻을 담은 '프로이데(freude)'를 합성한 단어인데, 타인의 불행에서 느끼는 기쁨을 표현하는 용어입니다. 다른 비슷한 표현으로는 '살리에리 증후군(Salieri syndrome)'이 있습니다. 음악 천재 모차르트의 재능을 시기한 2인자 살리에리의 고통을 표현한 말입니다.

우리 말로는 '쌤통'이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할 것 같습니다. 옛 속담 중에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가장 비슷하지 않을까요? 샤덴프로이데와 반대되는 의미로 불교에서는 '무디타(Mudita)'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무디타는 타인의 행복을 보고 느끼는 기쁨을 표현하는 단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이런 쌤통 심리를 가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남의 불행으로부터 얻는 이득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는데 만약 누군가 실수를 할 경우 그의 지위가 낮아진다면, 반사 이익으로 나의 지위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본 교토대 다카하시 히데히코 교수팀은 사람들의 샤덴프로이데를 실험했습니다. 연구팀은 먼저 젊은 남녀 19명에게 시나리오를 주며 자신을 주인공으로 생각하게 했습니다. 시나리오의 등장인물은 주인공 외 3명이었으며, 이들은 모두 대학 동창이라는 설정이었습니다.


시나리오는 등장인물들의 대학 생활, 사회에 진출한 뒤 동창회에서 다시 만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가 시나리오를 읽는 동안 뇌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촬영·분석했습니다.

전 세계인의 '샤덴프로이데' 대상으로 자주 등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롱하는 대상에 기쁨을 느끼는 것일까요,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조롱 당하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것일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전 세계인의 '샤덴프로이데' 대상으로 자주 등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롱하는 대상에 기쁨을 느끼는 것일까요,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조롱 당하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것일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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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결과는 놀랍게도 다른 3명의 동창들이 성공할 때 주인공의 불안과 고통이 커졌고, 3명의 동창들이 불행에 빠질 때 주인공의 쾌감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른 여러 실험에서도 엇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여러 실험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나와 관련이 없거나 내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분야에 속할 경우에는 아무리 잘 나가도 시기나 질투를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과학자들은 시기나 질투가 인간의 유일한 본성이 아닌 만큼 이런 심리적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그러나 이런 마음을 노골적으로 표현해서 심각한 갈등의 상황으로 흐름을 가져간다면 심리적 치료가 필요한 단계가 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어떤 사연으로 고통 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쌤통'이라는 마음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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