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전지 승부 가른 '사전투표', 이젠 '1차 투표'
[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원다라 기자] '1174만2677명.'
21대 총선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의 숫자다. 전체 유권자의 26.7%이지만 2900여만명이 참여한 실 투표에서의 비중은 40%에 달한다. '사전'의 의미를 넘어서 '1차 투표' 개념으로 확장됐다고 봐도 무방해진 것이다.
사전투표는 전체 투표율 제고 측면에서 그 의미가 크다. 투표층 분산에 불과하다는 일각의 견해도 있지만, 사전투표가 처음 도입된 2013년 이래 전국단위 선거의 투표율은 꾸준히 올랐다. 대선을 제외한 전국단위 선거 투표율을 보면 지난 2014년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56.8%였고, 2년뒤 치러진 총선에선 58%로 상승했다. 2018년 지선에선 60.2%로 60%대를 돌파했고, 이번 총선에선 66.2%까지 올랐다.
주목해야 할 또다른 측면은 사전투표에 임하는 유권자들의 성향이다. 정치권에선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적극 투표층이 많은 진보 진영에 유리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번 선거에서도 사전투표에서 우위를 점한 상당수의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개표 뒷심을 발휘하며 당선증을 가져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한 개표단위별 개표 결과에 따르면 영남권 최대 격전지 경남 양산을에서 승패를 가른 것은 사전투표였다. 김두관 민주당 당선인은 사전투표에서만 1만7991표를 얻어 나동연 미래통합당 후보를 4990표 차로 앞서갔고, 결국 1523표 차이로 당선됐다. 인천 연수을에선 경우 정일영 민주당 당선인이 사전투표에서 6187표 차로 차이를 벌려놔 민경욱 미래통합당 후보를 최종 2893표 차로 누르고 이길 수 있었다.
사전투표함이 열리는 개표 막판,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가 속출하다 보니 사전투표 조작 논란도 뒤따랐다. 보수진영 일각에선 미래통합당 후보들이 본투표에서 우위를 점했음에도 사전투표에서 크게 졌다는 이유로 수개표로 진행된 사전투표 개표에서 부정이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처럼 사전투표의 비중과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를 겨냥한 선거 전략과 키워드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안산 단원을에서 당선된 김남국 민주당 당선인의 사례가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는 대표적인 경우다. 본투표 직전 여성 비하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김 당선인은 박순자 미래통합당 후보를 3653표 차로 따돌리고 힘겹게 당선됐다. 김 후보는 사전투표에서만 1만7215표를 얻어 1만1494표를 얻은 박 후보를 5721표 차로 이겼는데, 만약 여성비하 논란이 사전투표 전에 불거졌다면 결과가 뒤집혔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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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거대양당의 선거 전략에서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사전투표에 대한 태도였다. 민주당은 사전투표를 적극적으로 권했고, 미래통합당은 본투표에 주력했다"며 "선거 결과를 보면 주요 거점지의 사전투표 비율이 높았는데 결국 대부분이 민주당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같은 결과에 입각한 별도의 선거대책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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