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공직자 이해충돌 종합 관리·통제하려면 법 제정 필수"
미국·캐나다·프랑스 등 선진국은 한국과 달리 법을 통해 규율
"닉슨 게이트 맞은 미국은 1970년대부터 법 통해 공직자 통제"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 /문호남 기자 munonam@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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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국회는 언제나 높은 벽이었다. 7년 전부터 두 번을 도전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1대 국회에선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조속히 제정해 고위 공직자의 가족채용 및 수의계약 체결 등을 엄격히 규율하려 한다.


20일 권익위는 다음달 30일 21대 국회가 열리면 무엇보다 빨리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2013년 8월, 지난해 7월에 두 차례나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매번 국회에 막혔다. 2015년 3월엔 관련 법안이 제정되긴 했지만 이해충돌방지에 관한 내용은 빠졌다.

2013년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을 국회에 냈지만 이해충돌 방지 규정이 국회 심의에서 제외됐다. 2015년 3월에 국회 본회의에 의결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에도 관련 규정은 빠졌다. 지난해 7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 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지난 1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다시 한번 이를 제출했지만, 다음달 29일에 끝나는 20대 회기 통과는 불투명하다.


정부가 제시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엔 ▲공직자는 직무 관련자가 사적 이해관계자인 것을 인지하면 기관장에게 신고한 뒤 그 업무를 회피하고 ▲직무 관련자와 금전이나 부동산 등 사적 거래를 할 경우에도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하며 ▲고위 공직자의 경우 공직 임용 전 3년간의 민간 부문 업무 활동 내용을 제출하도록 하는 등 이해충돌 상황에서 공직자들이 지켜야 할 8개의 구체적인 행위 기준이 담겨 있다.

현재 이해충돌을 규율하는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법령이 아닌 대통령령이라 구속력에 한계가 있다는 게 권익위의 설명이다. 지난 2018년 4월에 내놓은 '공무원 행동강령'은 위반자에 대해 형벌이 아닌 징계만 부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장처럼 사실상 징계를 내리기 어려운 공직자에 대한 강제규범으로 기능하기엔 한계가 있다.


권익위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를 종합적으로 관리·통제하려면 일반법령을 제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부패를 사전에 막는 시스템을 세워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정기관의 수사 및 검거, 권익위의 공익신고 등으로는 부패를 완전히 뿌리 뽑기엔 한계가 따른다고 본다. 사건이 일어난 뒤에야 대처하는 식으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박은정 권익위원장은 "현행 청탁금지법은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에 하는 부정 청탁만 금지하고 있지 공직자 등이 민간에 하는 부정 청탁은 규율하고 있지 않다"며 "공직자가 민간 등에 인사, 협찬 등에 관한 청탁을 할 경우 이를 제재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부패를 원천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라며 "잊을 만하면 공직 비리가 발생하고 처벌에만 초점을 맞춘 사후 대응이 반복될 때마다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점점 높아져만 가고 있다"고 전했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21대 국회선 기필코 통과" 원본보기 아이콘


한국과 달리 해외에선 사회적인 부패 스캔들 후 이를 뿌리 뽑기 위한 이해충돌 방지 법안을 입법화했다. 미국은 1962년, 1978년, 1989년에 세 번이나 관련법을 제정했다. 1962년엔 '뇌물 및 이해충돌에 관한 법률'을, 1978년엔 '정부윤리법'을, 1989년엔 '윤리개혁법'을 각각 마련했다.


특히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1978년 제정한 정부윤리법엔 고위공직자에 대한 재산 공개, 임용 후 1년간 임용 전 고용주 관련 업무에서의 제척 등이 담겼다.


미국 공직자들은 개인적·사업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업무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제3자의 이해관계가 포함된 업무에 관여할 수 없게 돼 있다. 자신은 물론 친구와 친척 등의 사익을 위해 권한을 쓸 시도조차 못 하도록 법으로 막아놨다.


캐나다는 2006년 '이해충돌방지법'을 마련해 공직자가 이해관계업무 참여, 이해충돌 유발 외부활동, 친인척에 대한 계약발주 등을 제한했다.


프랑스는 2011년 '공직활동 투명성과 이해충돌 방지에 관한 법안'을 통해 거짓 및 부실 신고 금지, 관련 회의 참가 제한과 사퇴 및 이해관계 신고 의무 등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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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장은 "이해충돌 방지야말로 공직사회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21대 국회가 열리면 무엇보다 빨리 이 법을 만드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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