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할당 대가 높다 " VS "원칙대로 산정할 것"

구현모 KT 대표 작심발언으로 불붙은 '주파수 논쟁'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지난 8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통신사 경영진들이 참석한 '5G+ 전략위원회'. 5G 산업 경쟁력을 논의하는 이날 회의는 구현모 KT 대표의 작심발언으로 분위기가 일순 가라앉았다. 구 대표가 최 장관에게 "주파수 재할당 대가의 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건의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날 회의는 구 대표가 취임 이후 처음 가진 대외 일정이었다. 주무부처 장관과의 첫 대면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덕담이 오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구 대표는 작심발언을 이어갔다. "정부가 재할당 대가를 과도하게 책정하지 말아야 5G 투자를 늘릴 여력이 생긴다.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주파수 재할당 대가는 너무 높다." 따라서 재할당 대가 산정 방식을 개편해 이통사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게 구 대표의 주장이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는 "실무선에서 교감이 있었던 내용이 아니었다. 정부 측 참석자들이 난처해하는 표정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구 대표 언급으로 주파수 대가 수면 위로
구현모 KT 대표 작심발언으로 불붙은 '주파수 논쟁' 원본보기 아이콘


구 대표의 발언에 대해 통신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은 실용적인 구 대표의 평소 성향을 고려하면 업계 현안을 꺼내든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반응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KT가 업계 현안에 공격적으로 대응하면서 주도적인 모습을 취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어느 쪽이든 앞으로도 업계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구 대표가 적극적으로 발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임인 황창규 회장과 달리 구 대표는 업계 이해가 걸린 사안에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면서 "5G 저가요금제 등 다른 첨예한 사안에서도 이같은 톤 앤 매너(말과 태도의 일관성)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주파수 재할당 대가는 산정방식에 따라 기업 실적이 영향을 받는 만큼 업계는 정부 입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통신 3사가 2Gㆍ3GㆍLTE에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은 총 410MHz다. 이 가운데 내년에 재할당 대상이 되는 주파수는 총 320MHz로 전체 주파수의 78%다. 125MHz는 내년 6월, 195MHz는 내년 12월 각각 사용기간이 만료된다. 쟁점이 되는 부분은 '과거 경매 낙찰가를 연동할 경우'다. 실제 매출액을 기반으로 주파수 대가를 산정하면 3사 합산 3조5000억원 수준이 예상된다. 반면 경매 낙찰가를 반영하면 액수는 급격히 올라 8~10조원까지 높아질 수 있다. 앞서 통신 3사는 2011년과 2013년, 2016년 주파수 경매를 진행했는데 매출 대비 부담률은 2011년 3.0% 2013년 4.1%, 2016년 5.9%로 꾸준히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5G 망 투자까지 고려하면 주파수 재할당 대가 선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이통 업계의 목소리인 것이다.

전문가들도 "낮춰야" VS "제 값내야" 엇갈려
구현모 KT 대표 작심발언으로 불붙은 '주파수 논쟁' 원본보기 아이콘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가 자산이자 사실상 준조세 성격인 주파수 할당 대가를 기업의 요구에 따라 무조건 낮춰서 매길 수는 없어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할당 대가를 해외와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주파수 재할당 방식에 대해 이통사간 이견도 존재한다. 예컨대 2G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있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2G 주파수 30MHz 폭은 '계륵'이지만, 이것이 경쟁사로 넘어가는 것도 탐탁치 않다. 통신업계 고위관계자는 "각사의 밴드플랜 전략이 확정되지 않아 비딩이 붙을 여지도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총 재할당 대가를 낮춘다는 시그널을 정부에서 주기가 어려울 뿐더러 컨센서스가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AD

전문가들도 입장이 조금 엇갈린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파수 재할당 대가는 할당 당시 가격이나 추세를 반영하게 되는데, 미래 시장의 크기를 반영해 합리적인 대가 수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 전문위원은 "정부가 3.5GHz와 28GHz 5G 주파수 대역을 해외에 비해 저렴하게 책정했지만, 이것이 곧바로 이통사들의 5G 상품 다양화나 B2B 투자로 이어지진 못했다"면서 "사업자 이익만을 위해 국가 자산인 주파수 대가를 무조건 낮추기보다 주파수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