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형펀드 18일·8兆 자금 유출 신기록
18거래일 연속 순유출…역대 최장 기록
금리 불안·주식투자 광풍에 안전자산서 이탈 움직임
채안펀드 등 유동성 공급에 자금 재유입 전망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국내 채권형펀드 시장에서 18거래일 연속 순유출이 이어지며 8조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순유출 지속 기간과 순유출액 규모 모두 역대급이다. 증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비교적 안전자산인 채권형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이어진 것이다. 금리 불안에 따른 불안감과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투자에 몰리는 '동학개미운동'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채권형펀드 시장에서 지난달 17일부터 지난 9일까지 총 18거래일간 순유출이 이어졌다. 기존 최장 기록인 16거래일 연속 순유출(2019년 11월22일, 2017년 10월19일, 2007년 2월7일)을 넘어선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빠져나간 금액은 총 8조758억원이다. 앞서 나타났던 16거래일 연속 순유출 당시 2조3000억~3조4900억원 가량이 빠져나간 것과 비교하면 규모도 최대 3.4배가량 크다.
순유출 행렬은 지난달 내내 관측됐다. 지난달 채권형 펀드에서는 총 8조1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이에 따라 순자산은 전월 대비 7.1% 줄어든 114조원435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코스피 지수가 10년8개월 최저치인 1457.54까지 내려가도 주식형펀드에는 대규모 자금 유출 없이 22억원 순유입이 나타난 것과 대조적이다.
그 배경으로는 금리 불안정이 꼽힌다. 채권형펀드는 국공채나 회사채에 투자해 채권 이자 수익과 매매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통상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차(신용스프레드)가 벌어지는 금리 불안현상이 나타나면 자금이 유출된다. 회사채 금리가 국고채 금리에 비해 높아지면 기업의 회사채 발행 비용이 늘어 회사채 시장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1일 연 1.128%에서 13일 연 0.996%로 13.2bp(1bp=0.01%) 내려갔다. 같은 기간 신용등급 AA-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1.728%에서 연 2.120% 39.2bp올랐다. 국고채와의 신용스프레드는 112.4bp로 2010년 3월4일(113bp) 이후 10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들이 활발히 주식시장에 뛰어든 여파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역대급 저점이라는 기대심리와 함께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피신했던 자금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예치한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평균 44조653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달 1일에는 역대 최대인 47조6669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1월 하루 평균 예탁금 28조3935억원의 168%에 달하는 수준이다.
채권형펀드의 수익률이 저조한 것도 원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국내 주식형펀드 959개의 최근 1주일(13일 기준) 평균 수익률은 7.59%인 반면 채권형펀드 266개의 수익률은 0.22%에 그쳤다. 최근 한 달로 범위를 넓힐 경우 -0.11%로 떨어졌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국채 3년물 금리가 처음으로 1%로 하락하는 등 채권에서 기대하는 이익이 줄고 있다"며 "펀드에 맡겼던 사람들이 직접 주식 시장에 뛰어드려는 추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시 변동성이 잦아들면서 채권형펀드에 다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0일 기준 18거래일만에 국내 채권형펀드시장에도 582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 10조7000억원 등 총 42조원 규모의 금융시장 안정화 정책을 펼치는만큼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낮춰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등에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면 회사채 금리가 내려가 채권형펀드의 수익률이 개선될 수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나도 3700억 받을 수 있나"…26일부터 한도 없어...
김창훈 KB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 전반적인 안정 및 정책 대응을 통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한국 경제가 아직 플러스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기준금리 인하 기대도 형성되지만 유동성 지원이 우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