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혜리 언론인/문화비평가
시련의 와중에도 계절은 바뀌고, 속절없이 피었던 벚꽃 잎은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날이 풀리면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다른 나라의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미래’의 충격을 최소화하느라 전 세계는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모든 것이 멈춰선 듯 하지만 대변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코로나와의 전쟁이 끝나면 인류는 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고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양의 중세는 14세기 유럽을 초토화시킨 흑사병의 창궐을 정점으로 막을 내렸다. 이후 종교, 문화,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급격한 변화가 진행됐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된 뒤에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가치관, 새로운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코로나19는 그동안 인류가 쌓아 놓은 규칙과 질서, 제도를 뒤흔들고 있다. 발생 초기에 한국을 경계하던 나라들이 바이러스 앞에서 맥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 강대국과 선진국의 기준부터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의 역할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며 재정 지출의 우선순위도 바뀔 것이다. 삶과 일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고, 경제구조와 생활양식에도 큰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특히 자유와 사생활 보호는 절대적 가치를 양보해야 할 것 같다. 기술적으로 전국민을 감시하는 것이 가능하고 국가권력의 감시체계는 언제든 가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개인의 생리적 현상부터 사생활 전반이 정부의 감시 하에 놓이게 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온라인 쇼핑과 재택근무 등 비대면 경제활동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모든 학교가 온라인 수업을 한다는 것은 불과 100일 전에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과부하가 걸리고, 시스템이 오작동하거나 다운 되는 등 혼란의 시기를 넘어서면 우리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디지털 경제가 일상화된 4차 산업혁명의 한 가운데에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런 엄청난 변화들은 동시에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유발 하라리가 파이낸셜 타임스 3월 20일자 칼럼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서 강조했듯이 지금 우리가 하는 많은 선택들은 앞으로 수년동안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을 세상의 모습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하라리는 칼럼에서 “인류가 불화를 선택한다면 위기를 연장시킬 뿐 아니라 미래에 더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것이며, 우리가 세계적 연대를 선택한다면 그것은 코로나 바이러스 뿐 아니라 21세기 인류를 공격할 수 있는 모든 미래의 전염병과 위기에 대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인류가 함께 처한 문제이므로 힘을 합쳐야 해결할 수 있다. 코로나19에 버금가는 감염증이 몇 년을 주기로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비해 방역 국제공조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에 전 세계는 공감하고 있지만 급한 불을 끄느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확실하게 방역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한국의 역할에 기대를 걸어본다. 전 세계는 한국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방역 시스템과 의료 체계, 투명한 정보공개,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력과 바이오 기술력, 정부의 조치를 차분하게 받아들이고 스스로 실천하는 성숙한 시민들의 모습을 연이어 보도하며 부러움을 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응방식과 드라이브 스루 검사시스템을 배우고 진단키트와 의료장비를 수입하고 싶어한다. ‘K방역’의 성공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위기가 지난 다음의 세상에 대비하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난 번 이 지면을 통해서 강조했지만 이젠 우리의 기준을 지구적 차원으로 높여 적극적으로 국제적 연대를 이끌어나갔으면 한다. 우리에겐 충분한 역량이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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