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양적완화에 국채 금리 급락… 크레딧 시장 불안은 지속
[아시아경제 구은모 기자] 한국은행이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없이 공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의 유동성 압박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기자금시장의 경색은 지속되고 있어 한은의 회사채 매입 논의 등 적극적인 조치에 대한 고민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6.4bp(1bp=0.01%) 내린 연 1.067%에 마감했다. 1년물은 1.8bp 내린 0.995%로 마쳤고, 5년물은 12.3bp 급락한 1.285%, 10년물은 14.5bp 내려앉은 1.502%로 거래를 마감했다. 20년물과 30년물도 각각 15bp, 14.3bp 하락하며 각각 1.599%, 1.589%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업어음(CP)과 회사채 금리는 상승했다. CP 91일물 금리는 전날보다 17bp 오른 2.040%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5년 3월11일(2.13%)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용등급 AA-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도 1bp 오른 2.035%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고채 3년물과의 스프레드(금리차)도 96.8bp로 벌어졌다. 이는 지난 2010년 12월10일(97bp) 이후 약 9년3개월만에 가장 큰 수치다.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달부터 오는 6월까지 매주 1회 환매조건부채권(RP)을 무제한으로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입찰금리는 기준금리(연 0.75%)에 0.1%포인트를 가산한 0.85%를 상한선으로 해 입찰 때마다 공고하기로 했다. 아울러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뒷받침하기 위해 RP 매매 대상기관과 대상증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러한 무제한 유동성 공급 정책은 사상 처음으로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시행된 적이 없다.
한은의 무제한 RP 매입 결정으로 금융기관의 유동성 압박은 상당 부분 완화될 전망이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은 주가와 채권가격, 원화 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등 금융불안이 이어지고, 4월 유동성 부족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채권을 담보로 시중 유동성 공급을 끝까지 책임지기로 결정한 것은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 입장에서 한국판 양적완화에 준하는 정책시행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유동성 위축 해소 외에도 전반적인 시장금리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무제한 RP 매입은 향후 정부 금융안정 패키지 과정에서 정책금융기관들의 늘어나는 조달부담을 일부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산금채나 일부 공사채 발행이 늘어도 이를 한은에 RP로 맡기고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어 시장 안정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CP 금리 상승에서 볼 수 있듯 자금경색의 우려는 남아있다는 진단이다. CP 금리는 한은의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했는데, 집행 시기가 4월부터인 탓에 3월말 유동성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분기 말은 단기자금 유출이 많아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며 "최근 증권사 유동성 지원 5조원 등의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단기자금 규모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단기자금시장의 경색이 실제 신용위험으로 번질지 여부는 다음 달 초 단기자금 시장의 경색 완화 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연차 내고 프로필에 '파업', "삼성 망한 듯"… 내...
따라서 금리 안정과 자금경색 우려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한은의 회사채 매입 등 더욱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CP 같은 무담보 거래에는 아무리 금리가 높아도 돈을 빌려주기 쉽지 않다"며 "법적인 문제가 해결된다는 전제에서 한은이 회사채를 매입해주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한은은 민간이 발행한 채권의 매입을 금지한 한국은행법(제79조) 규정으로 인해 회사채, CP를 직접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정부의 보증이 이뤄진다면 가능하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