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국회 이해충돌방지법 최우선 과제

법안 국민적 공감대 충분히 형성 판단

공익신고자 보호법 덕분에 신고 증가

국가 부패인식지수 사상최고 39위로

매년 6단계 올라…2022년 세계20위권

청탁 적발보다 집행력·규범력 높여야

반칙 특권 갑질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투명하지 않으면 오래 살아남지 못해

기업들도 인식 확산·건전성 향상 기대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이 24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이 24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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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아시아경제 강희종 경제부장, 정리=문채석 기자]"21대 국회가 열리면 무엇보다 빨리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 24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고위 공직자의 가족채용 및 수의계약 체결 등을 엄격히 제한하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조속히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직자의 부정한 사익추구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그는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만큼은 완전히 뿌리 뽑힐 때까지 매년 전수점검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덕분에 국민의 공익 신고가 증가한 사실도 중요한 변화라고 진단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신고 대상 기관에 기업 최고경영자(CEO)도 포함된 만큼 민간 기업의 비리도 자연스럽게 줄 것으로 봤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CPI·Corruption Perceptions Index)가 세계 39위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 순위로 오른 만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년간의 반부패 개혁 성과에 "80점 이상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감히 답할 수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해충돌 방지', 부정청탁 근절 마지막 퍼즐= "법학자로서 청탁금지법을 운영할 때 단순히 청탁을 적발하는 것보다 집행력과 규범력을 높일 방법은 결국 이해충돌방지법을 만드는 것으로 판단한다. 공직자가 공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와 공적 이익이 부딪힐 여지가 있을 때 이를 미리 막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을 만들 때 청탁 금지, 금품 수수, 이해충돌방지 세 항목 중 이해충돌방지 부분이 빠졌고 3년여가 지난 지금도 보완되지 않고 있다. 권익위는 지난 18일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2016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공공기관에 접수된 청탁금지법 위반 사례를 조사해 보니 총 8938건 중 65.6%인 5863건이 부정 청탁 관련 사항이었다고 밝혔다. 금품 수수도 31.4%인 2805건이나 됐다. 부정 청탁과 금품 수수 건이 대부분이었다는 뜻이다. 현행 청탁금지법으로는 부정 청탁, 금품 수수처럼 이미 저지른 범법 행위를 규율할 순 있어도 공직자가 자기 자신이나 가족 또는 지인이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안에 개입하는 것을 미리 막을 순 없다.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공직자가 이해 관계가 있는 이들로부터 청탁을 받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진 못했고 부정 청탁이 일어난 뒤에야 적발하는 패턴이 반복됐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월 국회에 제출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 정부안엔 ▲공직자는 직무 관련자가 사적 이해관계자인 것을 인지하면 기관장에게 신고한 뒤 그 업무를 회피하고 ▲직무 관련자와 금전이나 부동산 등 사적거래를 할 경우에도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하며 ▲고위 공직자의 경우 공직 임용 전 3년간의 민간 부문 업무 활동 내용을 제출하도록 하는 등 이해충돌 상황에서 공직자들이 지켜야 할 8개의 구체적 행위기준이 담겨 있다.


박 위원장은 "최근 몇 년간 고위공직자들의 이해충돌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만큼 이해충돌방지법이 필요하다는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판단된다"며 "이해충돌 방지야말로 공직사회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새 국회가 열리면 무엇보다 빨리 이 법을 만드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행 청탁금지법은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에 하는 부정 청탁만 금지하고 있지 공직자 등이 민간에 하는 부정 청탁은 규율하고 있지 않다"며 "공직자가 민간 등에 인사, 협찬 등에 관한 청탁을 할 경우 이를 제재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법안은 지난해 1월30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뒤 1년 2개월간 국회에 계류돼 있다. 또 불공정행위지만 현행 청탁금지법상의 14가지 부정청탁 대상 직무엔 해당하지 않아 충분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교도소의 교정 업무, 인턴 및 경력 청탁, 학위취득 등의 사례를 포함해 법의 사각지대를 줄이겠다고 전했다.


◆공공기관 채용 비리, 매년 전수점검= 박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선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만큼은 완전히 뿌리 뽑을 때까지 매년 전수점검을 계속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이젠 아는 사람끼리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관행이 국민의 용납을 받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권익위는 해마다 전년의 공공기관 채용 비리 전수점검을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등과 합동으로 하고 있다. 2018년엔 1190개, 지난해엔 1205개 공공기관의 직전 연도 채용 비리를 전수 조사했다. 부정 청탁, 금품 수수 등 비리 혐의가 높은 118건은 수사 의뢰하고, 채용 과정상 중대한 과실·착오가 발생한 401건의 사안은 관련자 징계를 요구했다. 채용 비리 피해자 총 3294명에게 채용 기회를 준 결과 269명이 채용됐거나 채용될 예정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수사 의뢰 및 징계 요구 사항은 줄고 있다. 수사의뢰 사항은 2018년 82건에서 지난해 36건으로, 징계요구 사항은 2018년 255건에서 지난해 146건으로 각각 감소했다. 박 위원장은 "한 번쯤은 지인에게 '채용 청탁'을 할 수도 있지 않냐는 기존의 통념에서 채용 청탁은 엄연한 비리고 사회적 범죄라는 쪽으로 국민의 인식이 바뀐 점은 확실히 달라진 부분"이라며 "채용 비리에 대한 무관용 원칙 적용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은 큰 성과"라고 진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속도를 붙이는 데 애를 먹고 있지만, 권익위는 지난해에 시행한 공공기관 채용 비리에 대한 세 번째 정기 전수점검을 하고 있다. 조사 종료 시점은 다음 달에서 상반기 내로 늦췄다. 이번 세 번째 점검에선 ▲1차 조사에서 의심스러웠던 사안을 따로 뽑아 기관 서류를 검토하는 등 심층 조사하고 ▲지난 2년간 했던 두 번의 전수 조사에서 통보한 제도 개선 권고 사항 이행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며 ▲공공기관 친인척의 현황조사를 꼼꼼히 하고 ▲인사 지침 제도 개선이 이뤄졌는지 여부를 점검한다.


박 위원장은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된 사안들과 두 차례의 전수 점검 이후 마련된 해당 기관들의 제도개선 사항 이행 여부 등을 반영해 올해 채용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신규 채용ㆍ정규직 전환 관련 인사 지침ㆍ제도 개선사항 이행 여부, 파견직 및 용역직의 최초 채용 과정상 비리 여부, 친인척(배우자 및 4촌 이내 혈족ㆍ인척) 현황 조사 등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투명하지 않으면 오래 못 간다"= 권익위는 우리나라의 CPI가 지난해 역대 최고인 39위로 오르는 데 이바지했다. 2017년 이후 매년 6계단씩 올랐다. 2022년엔 세계 20위권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박 위원장은 CPI 지수가 높아진 이유로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을 들었다. 앞서 권익위는 2018년 10월18일 변호사를 통한 비실명 대리신고가 가능하도록 법을 바꿨다. 익명이 보장되니 신고에 대한 부담이 줄어 국민 공익 신고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이 덕분에 지난해에 '승리 카톡' '비아이 마약 사건' 등이 권익위에 접수되기도 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2018년 10월18일부터 지난 17일까지의 비실명 대리신고 접수 건수는 27건이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 이익, 공정 경쟁 같은 공익 신고는 내부 비리 등의 부패 신고보다 민간 영역에서 발생할 여지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익신고 건은 2017년 2521건, 2018년 3923건, 지난해 5164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내부 공익신고도 2017년 153건, 2018년 347건, 지난해 408건으로 증가했다.


박 위원장은 "공익 신고가 늘었다는 것은 부패의 비리와 개념이 넓어졌다는 증거인데, 국민은 금품을 받은 대가로 뭔가를 알선해주는 부패행위뿐 아니라 공직자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도 부패로 보기 시작했다"며 "공직 사회 안에서도 하급자가 상급자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어느 정도 감수했던 부분들을 더 이상 참지 않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반부패와 청렴을 모든 정책의 기조로 삼겠다고 강조해왔다"며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반칙과 특권, 갑질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퍼져 더 합리적인 사회로 나아간 것은 물론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를 확인할 기회도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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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공익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아진 만큼 기업 비리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까. 박 위원장은 기업의 내부 고발자(딥 스로트)가 늘었다고 확답하진 않았지만 경영진의 가치 판단에 영향을 미쳐 기업들의 투명성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도입 이후 국민의 공익 신고가 자유로워진 만큼 주요 신고 대상 기관인 기업으로선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법에서 기업의 대표자를 공익신고 기관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오히려 기업은 문제를 자율적으로 시정할 기회를 제공받아 공익 침해 행위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비용 발생을 미리 막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회사 내 공익 침해 행위를 외면하지 않고 스스로 인지해 시정하고 예방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기업도 지속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깨끗한 장사가 남는 장사'란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적 기업일수록 '투명하지 않으면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기업의 CEO가 공익 신고를 회사에 대한 배반이나 도전으로 여기지 않고 회사의 위험을 미리 경고해주는 의미로 받아들여 신고자를 철저히 보호하는 체계를 갖추는 의지를 밝혀 기업의 건전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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