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락에 치솟는 유조선 운임'
코로나19 진정 이후 유가 차익 노린 원유 저장용 유조선 관심 높아져
사우디, 러시아와 증산 경쟁 뛰어들며 유조선 싹쓸이 임대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석유 수요감소와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간 원유 증산 경쟁에 오히려 해운 운임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국제유가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에 사우디를 중심으로 미리 석유를 확보하자는 수요가 몰린 결과다. 석유 비축에 유조선까지 끌어들이는 것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내 200만배럴 이상 원유 탑재가 가능한 초대형유조선(VLCC)의 운임료가 지난달 초 1만6000달러 수준에서 이번주 4만2000달러로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외신도 중동에서 극동 항로를 오가는 유조선의 일일 운임료가 지난주 2만8000달러에서 10만5000달러로 3.7배 급등했다고 전했다. 국제 유조선 운임료의 변동을 보여주는 발틱유조선운임지수(BDTI)는 이달 초 796에서 12일 1173까지 47.3% 올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유조선 운임료는 원유수요 감소 우려에 급락세를 보였다. 중동에서 극동항로를 오가는 유조선의 평균 일일 운임료는 1월 10만달러 내외였지만 2월에는 2만달러선까지 떨어졌다.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전세계 석유수요가 하루 9만배럴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도 올해 글로벌 원유 수요는 전년대비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조선 운임료가 예상과 달리 단기간에 반등한 것은 국제석유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콘탱고(contango)' 효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콘탱고는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석유 브로커들이 값싼 석유를 대량 매입해 저장하기 위해 너도나도 유조선 임대에 나선 결과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 국제유가가 회복됐을 때 차익이 생길 것이란 기대감이 유조선 수요를 높이고 있다는 얘기다.
유가는 코로나19에 따른 석유 수요 감소와 함께 산유국 증산 경쟁에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CN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48달러(4.5%) 하락한 31.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전일대비 8.16% 하락한 32.87달러에 거래되는 등 간신히 30달러 선을 지켰다. 여기에 유럽과 미국의 하늘길 제한 등이 겹치면서 항공유 수요 저하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순수하게 콘탱고 효과를 노린 수요에 따른 가격상승보다는 사우디가 러시아와의 원유 증산경쟁을 위해 석유 보관용 유조선을 대량으로 임대한 것이 가격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영국 로이드해사일보(lloydslist)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해운사인 바흐리는 최근 VLCC 9대를 한꺼번에 임대했으며, 이중 1척의 일일 운임료는 19만7500달러에 이른다. 바흐리가 가격과 상관없이 임대가 가능한 유조선만 나오면 비싼 가격에 임대하면서 전체 운임료가 크게 뛰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국간 증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경우 유조선 운임료는 유가 흐름과 관계없이 더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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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정유회사들과 석유 중개 기업들은 VLCC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유조선 중개업자들의 말을 인용해 최근 글로벌 석유기업인 쉘과 세계 최대 석유 중개업체인 네덜란드 비톨사에서 갑작스러운 운임료 상승에 따라 VLCC 임대 문의를 줄기차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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