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코로나19 여파 부가세 인상 무기한 연기
내년 시행 예정서 전면 연기
복지분야 재원마련 위한 증세
2년전 7%→9% 공식화했지만
코로나19 확산 경제 타격 불가피
헝 부총리 "완전 백지화 아냐"
[아시아경제 싱가포르 서주미 객원기자] 싱가포르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인 부가가치세(GST) 인상 계획을 연기했다. 올해 들어 미ㆍ중 무역 전쟁의 휴전으로 세계경제가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경제 상황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2018년 2월 '2018 재정계획'을 통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GST율을 7%에서 9%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지만 2년 만에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10일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최근 '2020년 예산안'을 발표했는데 GST 인상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헝스위키트 싱가포르 부총리는 "경제 상황을 감안해 현재로서는 진행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GST를 인상하면 자국민에게 5년간 700~1600싱가포르달러의 현금을 지급하는 보상 패키지가 작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GST 인상에 따른 소비 등 충격을 보상 프로그램으로 상쇄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싱가포르는 2007년 GST율을 5%에서 7%로 인상하면서 시장의 일시적인 충격을 줄이기 위해 40억싱가포르달러(약 3조4500억원) 상당의 보상 패키지(교육비 혜택ㆍ공과금 지원 등)를 전 국민에게 제공한 바 있다.
이번 GST 인상 계획은 2018년에 발표됐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복지 분야의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세수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싱가포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의료 부문 지출이 다른 선진국보다 낮고 GST율도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령화되는 싱가포르의 인구구조 변화도 세수 확충이 필요한 이유였다. 싱가포르 통계청이 발표한 '2019 인구보고서'에 따르면 기대수명은 84.8세로 세계 1위 수준인 반면 전체 국민 가운데 20~64세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009년보다 1.3%포인트 하락한 63.1%에 그쳤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같은 기간 9.9%에서 16.0%로 크게 확대됐다. 결과적으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고 복지 예산을 증액하기 위해서는 세금 인상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싱가포르 경제성장률은 0.7%로 예상치인 2.1%를 크게 밑돌았다. 또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으로 싱가포르 경제는 큰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헝 부총리는 다만 "당초 예정된 인상 계획이 완전히 백지화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세율 인상 대신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56억싱가포르달러(약 4억8000억원)를 투입할 방침이다. 관광, 항공, 소매, 음식료, 운송 등 5개 분야를 가장 취약한 산업군으로 지정해 지원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또 보건기금 등을 통해 8억싱가포르달러를 바이러스 퇴치에 직접 활용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상장 첫날 70% 폭등 "엔비디아 독주 끝나나"…AI ...
싱가포르 정부는 다만 2018년 인상안에 포함된 음악, 영상 등 콘텐츠 스트리밍 같은 해외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서는 올해 초부터 GST를 매기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 연 매출이 100만달러 이상이면서 자국 내 매출이 10만달러 이상인 디지털 서비스기업이 대상이다. 해외 디지털 서비스에 GST가 적용되면 약 9000만싱가포르달러를 추가 징수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싱가포르 정부의 조치가 저소득층이 디지털 문화를 접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