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 셰익스피어 마지막 비극 '코리올라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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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가이우스 마르키우스(Gaius Marcius)는 로마의 장군이다. 그는 반군의 공격으로 로마가 위기에 처했을 때 반군의 근거지인 '코리올라이(Corioli)'를 공략해 로마를 위기에서 구해낸다. 마르키우스는 단숨에 로마를 구한 영웅으로 떠오른다. 마르키우스에게는 '코리올라누스(Coriolanus·외래어 표기 원칙)'라는 칭호가 주어지고 대중은 코리올라누스에게 열광한다.


하지만 코리올라누스는 대중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인물이다. 코리올라누스는 자신과 같은 군이 로마를 지키는 동안 대중은 정부에 불만만 나타냈을 뿐 아무것도 한 것이 없으며 대중에게는 어떤 권한도 주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그의 태도가 문제가 돼 코리올라누스는 차기 지도자로 거론되다 오히려 로마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 추방당한 코리올라누스는 반군과 손을 잡고 되레 로마를 공격하기에 이른다.

'코리올라누스'는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생애 마지막으로 쓴 비극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이 연극을 두 번 볼 기회가 있었다. 지난해 11월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 '로마 비극'은 로마를 배경으로 한 셰익스피어의 희곡 세 개를 엮은 작품이었는데 첫 번째로 공연된 작품이 '코리올라너스(공연 제목)'였다. '코리올라너스'는 올해 1월 동대문구 콘텐츠문화광장에서 또 공연됐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리올라너스'를 무대에 올린 극단 상상만발극장이 4년 만에 재공연을 했다.


'코리올라누스'를 통해 셰익스피어가 간파한 정치의 속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상상만발극장의 '코리올라너스' 공연에서 시민단체 활동가와 야당 정치인이 나누는 대화다. "너는 정치를 도박으로 생각하는구나." "아니, 전쟁이라고 생각해."

대중은 과연 지금 정치인들에게 나라를 이끌 자격이 있는지 의심한다. 낮은 투표율이 이를 증명한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코리올라너스'를 무대에 올린 박해성 연출은 정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 만든 연극이었다고 말했다. '로마 비극'도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끝났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커튼콜이 끝나고도 모니터를 통해 던져지는 질문에 사로잡혀 한동안 객석을 떠나지 못했다. 질문은 정치인과 대중을 모두 겨냥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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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개인의 견해를 바꿀 수 있는가? 정치인은 대중들에게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말해줘야 하는가? 대중은 사리를 잘 분별하는가? 정치인은 비이성적이어도 괜찮은가? 명분을 위해 목숨을 던져 싸우는 것은 명예로운가? 민주주의를 위하여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가? 민주주의는 한 개인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가? 모든 것은 커뮤니케이션에 달려 있는가? 대중은 맹목적인가? 정치적 겸손이란 것은 역설적인가? 정치인은 친구를 가질 수 있는가? 정직성은 정치적 덕목인가? 정치는 전쟁인가?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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