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딸깍발이]인류의 미래는 정말 암울하기만 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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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진화의 기술'은 인류만의 것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상황을 지켜보면, 가장 뛰어난 진화의 기술을 가진 생명체는 세균이 아닐까 싶다. 인간보다 세균이 더 뛰어난 진화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인류의 미래는 대부분의 인류가 예상하는 것처럼 암울하기만 한 것일까?


<휴머놀로지>의 저자 루크 오닐은 인류가 현재를 비관하면서, 미래를 걱정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진단이라고 지적했다. 인류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 번영을 누리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근거 없다'고 단언한다.

특히 코로나19를 이겨내지 못하고 쩔쩔매는 상황을 두고는 자칫 인간이 세균에게 패할 수도 있음을 환기했다. "우리가 독창성을 발휘해 세균을 앞서기를 바라자. 그렇지 못했다가는 세균이 우리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 들리는가? 지금 세균이 우리를 비웃고 있다"고 경고했다.


◆ "과학, 이렇게 배웠더라면 나는 위대한 과학자 되었을지도..."

저자는 아일랜드 더블린 대학 생화학 및 면역학과 교수로 세계적인 면역학자다. 마치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가 공포에 빠질 상황을 미리 알고 책을 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항생제 과용을 경고하는 의미로 서술한 문장이지만, '세균이 우리를 비웃고 있다'는 말은 결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경고다.


<휴머놀로지>에 대한 평가는 "정말 유쾌하고 재미있고 직관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과학을 이렇게 배웠더라면 나는 아마 지금쯤 위대한 과학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아마존의 독자 서평 한 줄이 대표한다. 이 보다 더 나은 서평은 없을 듯 싶다.


아마존 독자의 평가처럼 <휴머놀로지>는 유쾌하고, 재미있으며, 직관적이다. 딱딱한 제목과 차가운 책표지와 달리 책장을 넘겨갈수록 말랑말랑하며 재치있는 입담에 금세 빠져든다. 넉넉한 사진과 그림에 더해진 저자와 독자의 즐거운 지적 유희가 제목과 표지에 나타나지 않는 부분이 이 책의 유일한 아쉬움이다.


<휴머놀러지>는 인류의 탄생과 진화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면서 역사, 시사, 문학, 예술 등을 과학 속에 녹인 책이다. 인류는 수많은 과학적 발견과 지식, 역사적 통찰을 통해 인간 존재와 생명의 의미를 이전 시대에 비해 더 깊이, 더 광범위하게 이해하고 있다.


◆ 그 어느 때보다 번영 누리면서 비관 일삼는 '인지 부조화'


그 결과 호모사피엔스 전체로 보면 인류는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번영을 누리고 있다.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고, 더 많은 사람이 고등교육을 받으며, 도대체 무슨 목적인지 알지도 못할 쓸모없는 전쟁에 휩쓸리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대다수의 인류는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을뿐더러 앞으로도 쭉 더 나빠지리라고 생각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스웨덴 사람 가운데 앞으로 상황이 나아지리라고 여기는 사람은 겨우 10% 뿐이었다. 미국은 6%였고, 독일은 4%에 불과했다. 도대체 왜?


저자는 이런 현상을 '인지 부조화'라고 진단했다. 우리가 인지하는 것이 데이터와 다를 때 생기는 현상이다. 이는 심리적 방어기제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더 비관적인 태도에 끌리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 北 발언 때마다 올라가는 생존장비 판매율…업체 대주주는 김정은?


실제로 인류의 미래는 더 나빠지기만 하는 것일까? 인공지능이 지구를 장악해 인류를 몰아내거나, 양성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부딪치는 시험이 블랙홀을 생성해 지구를 통째로 빨아들이거나,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이나 지진 등으로 인류가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언급되고 있다.


이런 갖가지 두려움 때문에 미국에서는 냉동건조 식품이나 방독면, 화생방 보호복 등을 판매하는 사업이 성행하고 있다. 저자는 북한의 김정은이 핵무기를 쏘겠다는 뜻을 내비칠 때마다 생존장비 판매량이 올라간다며 어쩌면 김정은이 이런 장비 관련 업체의 주식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자는 "생존장비를 사들이는 사람들이 대재앙 뒤 어떤 세상이 다가올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싶다"면서 "내 생각에 그런 세상은 결코 살기 좋은 곳이 아니다"라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실제 그런 세상이 온다면 생존장비 조차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 "인간은 제어할 줄 안다. 환경 파괴 멈추면, 인류는 무사할 것"


그렇다면, 인류의 미래는 정말 나쁘기만 한 것일까? 나쁘지 않은 미래를 위해 저자가 제시한 조건은 의외로 쉬운 것이다. 인간은 커다란 우주에서 너무나 보잘 것없는 존재로 우연에 의해 시작됐지만, 인간이 일궈낸 생명과 진화와 과학의 역사는 위대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위대함을 미래로 이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바로 '멈춤'이다.


"우리는 어느 종과도 달리 환경을 제어할 줄 안다. 그러니 우리가 물이나 먹이사슬을 위협해 환경을 엉망으로 만드는 일을 멈춘다면, 환경을 파괴하는 일을 멈춘다면, 우리는 무사할 것이다."


저자는 "지구에 존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리를 위해, 또 미래 세대를 위해 성취한 과학의 혜택을 빠짐없이 계속 누릴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도, 여러분도 과학의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다. 그러나 잊지말자. 적당한 때에 멈춰야 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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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놀로지(Humanology), 루크 오닐, 김정아 옮김, 파우제, 1만9000원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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