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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인형" vs "여성 모욕" 리얼돌 체험방, 성매매 논란

최종수정 2020.02.14 13:44 기사입력 2020.02.1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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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체험방, 아파트 단지 앞에서도 성행
일부서 "성매매 아니냐", "애들 보기 민망하다" 지적
전문가 "리얼돌은 여성 신체 장악하고자 하는 지배 내포"

리얼돌.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리얼돌.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 20대 여성 직장인 A 씨는 최근 한 아파트 단지 인근에 있는 종합상가를 지나다 두 눈을 의심했다. 상가 전면부에 '리얼돌 체험방'이라는 간판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A 씨는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이런 업소가 들어선 것을 보고, 경악했다"면서 "학생들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리얼돌은 성인용품인데, 저렇게 돈을 받고 체험하는 것은 성매매가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6월 리얼돌(사람 신체와 비슷한 모양의 성기구)수입허가를 허용한 법원 판결 이후 이른바 '리얼돌 체험방'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다.


문제는 리얼돌 체험방이 사실상 성매매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데 있다. 성인용품을 이용해 성적 욕망을 해소하지만, 그 과정에서 돈을 내는 행위 자체가 성을 매매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부 여성들은 여성에 대한 모욕이라며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런 리얼돌 체험방이 아파트 단지 앞에도 들어설 수 있다는 데 있다.


최근 한 아파트 단지 앞 종합상가에서 리얼돌 체험방을 목격했다고 밝힌 40대 직장인 B 씨는 "아파트 앞에 버젓이 저런 업소가 들어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저 업소가 체험방이라고는 하지만, 어떤 방인지는 다 알고 있지 않나. 교육적으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남성이 리얼돌(여성)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남성이 리얼돌(여성)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달 31일 '주거지역 내 리얼돌 체험방 운영을 금지시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이 제품(리얼돌)을 활용해 도심 내 오피스텔 및 상가에서 사용료를 내고 장소 및 제품을 대여해주는 '리얼돌 체험방' 사업은 풍속적, 교육적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업체가 들어가 있는 오피스텔에 실거주를 하는 입주자 중에는 아이가 있는 집도 있고, 신혼부부, 중년부부 등 다양한 가족 구성원들이 살고 있다"며 "입주민들은 같은 건물 내에 성인 유흥 시설이 입주해 있다는 것에 정신적 스트레스는 물론 물질적 피해 또한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얼돌 체험방이 우후죽순으로 아파트 단지 앞에 들어올 수 있는 이유는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별도의 허가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다만 리얼돌 체험방은 성인용품점으로 등록돼있어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경계선 200m 내에서는 영업할 수 없다. 종합하면 이 정도 규칙만 지키면 사실상 어느 곳에서나 리얼돌 체험방 영업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9월2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2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여성들 "리얼돌 체험방은 명백한 성매매 공간"


리얼돌 체험방이 여성들을 성적으로 모욕한다는 의견도 있다. 30대 여성 직장인 C 씨는 "리얼돌 체험방이라는 말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면서 "리얼돌은 성인용품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돈을 내는 순간 그건 그냥 '성매매'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성인용품을 왜 밖에서 이용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저런 방에서 자신의 성적 판타지를 실현하고 싶은지 답답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리얼돌은 사람이 아니므로 성매매 특별법을 적용할 수 없다. 리얼돌 체험방은 2000년대 중반에도 성매매 특별법 제정으로 단속이 강화되자 '인형 체험방'이라는 이름으로 한동안 성행했으나, 당시에도 성매매 등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논의 단계에서 그쳤다.


30대 여성 직장인 D 씨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단속할 수 없다는 의견은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면서 "리얼돌을 여성 성적 대상화하여 자기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사람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잘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얼돌이 여성 신체를 장악하고자 하는 지배의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윤지영 건국대 부설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지난해 10월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과 공동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리얼돌, 지배의 에로티시즘' 논문에서 "여성이 기구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신체가 느끼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면, 리얼돌 등 남성용 성인용품은 여성의 신체를 지배하는 데 집중한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성들의 치료와 성욕 해소를 위한 도구적 존재로 여성 신체가 형상화되는 일이 여성들에게 어떤 인격침해나 심리적·신체적 훼손을 유발하는지, 어떤 측면에서 트라우마적 요소가 될 수 있는지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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