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아카데미 시상식, 봉준호 '기생충' 4관왕에도 인종차별 논란 여전
영화 '기생충',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서 4관왕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 수상
인종차별 논란 여전…"'기생충' 제외하면 여전히 백인 중심"
美평론가 "'기생충', 미국 민족주의 부추길 것" 우려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4관왕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사진=EPA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서 4관왕을 거머쥐었다. 수상을 두고 국내·외 영화 팬과 언론의 축하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여전히 인종차별 벗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국내 팬들은 수상을 축하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여우 주·조연상 등 배우들에게는 기회가 돌아가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이 진행됐다. 이날 영화 '기생충'은 주요부문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총 4관왕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로써 '기생충'은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한 비영어권 작품이 됐고, 역대 세 번째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 공동 수상 기록을 세웠다.
아카데미는 과거 '백인들의 축제'라며 백인 중심적·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이유로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펼쳐온 바 있다.
10일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을 두고 "최근 아카데미는 백인 일색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갖추려고 해왔다"면서 "올해 감독상 후보에 오른 여성 감독이 없다는 점만 보더라도 갈 길이 멀지만, 이제 우리는 누구든 어디에서든 작품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평했다.
그러나 아카데미는 이번에도 백인 중심적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노미네이트 된 여러 작품 중 '기생충'을 제외하면 여전히 하얗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다른 감독상 후보작의 경우 주·조연 배우들이 연기상 후보에 올랐으나, '기생충'에 출연한 주·조연 배우의 경우 후보 지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학생 A(21) 씨는 "'기생충'이 작품상 등 주요부문을 석권할 정도로 저렇게 인기인데 정작 출연 배우들은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면서 "아카데미 측이 정말 '인종차별이 없다'고 말하고 싶으면 이런 점부터 개선해야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영화 '어스'에 출연한 배우 루피타 뇽 오와 영화 '페어웰'에서 열연을 펼쳤던 아시아계 미국 배우 아콰피나(본명 노라 럼)가 후보로 지명되지 않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빌리' 역을 맡은 아콰피나는 이 영화로 지난달 5일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배우로서는 최초로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음에도 아카데미에서는 후보 지명을 받지 못했다.
한 유권자는 현지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기생충'은 훌륭하지만 외국 영화가 일반 영화(the regular films)와 같이 노미네이트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의 불씨를 지피기도 했다.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영화 '기생충' 출연 배우 및 관계자/사진=EPA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시상식 밖에서도 인종차별 논란은 이어졌다. 아카데미 시상식 당일 abc 방송 진행자는 봉 감독에게 "다른 영화는 영어로 만들었는데 왜 이번 영화는 한국어로 만들었냐"고 질문하는가 하면, 미국 방송인 존 밀러는 봉 감독의 한국어 수상소감을 두고 "이런 사람들이 미국을 파괴한다"고 비난했다.
프리랜서 기자인 제나 기욤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누군가 봉 감독에게 영화 '기생충'을 왜 한국어로 만들었는지 물었다"면서 "모든 미국 감독에게 왜 영어로 영화를 찍었는지 물을 건가?"라고 비판했다. 봉 감독의 전작 '옥자'와 '설국열차'에는 틸다 스윈튼, 크리스 에반스 등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한 바 있다. 다만 전체 대사가 영어로 구성되지는 않았으며, 한국어 대사도 상당 부분 포함됐다.
이 사실이 SNS 및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하면서 인종차별적 발언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해당 발언이 미국 중심적이며,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언어·문화를 존중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자신을 영화 팬이라고 소개한 직장인 B(26) 씨는 "매년 오스카 생중계를 챙겨보면서 좋아하는 영화를 응원하고 있는데, 이번에 우리나라 작품이 주요 부분 상을 수상하게 돼 너무 기쁘다"면서도 "아카데미가 '기생충'에 상을 준 것으로 단순히 인종차별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 조금 아쉽긴 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도 아시아권에 대한 차별 자체를 인식했다는 의미인 것 같다. 시상식 당시 산드라 오가 기뻐하는 장면을 보고 울컥했다"면서 "아시아권 영화·배우에게도 점점 더 기회가 많아질 것 같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논란에 대해 해외 평론가들은 '기생충'의 수상이 여전히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대변할 수는 없다고 평했다.
아시아계 미국인 영화평론가 월터 초(Walter Chaw)는 뉴욕타임스(NYT)에 기고문을 내고 "의심스러운 취향으로 악명높은 아카데미가 올해는 제대로 된 일을 한 것은 분명 축하할 일이고, 한국 영화 산업은 의심할 여지 없이 거대하다"면서도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의 열광적인 반응에도, '기생충'의 승리는 그들을 대변하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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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는 "단순히 수십 년간 최고의 영화를 만들었던 한국의 영화산업을 인정한 것뿐"이라면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계속 패배하고 있다. 오히려 민족주의 보수주의자들의 공포를 자극할 연료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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