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낀 학생들, 강당·체육관 졸업식 대신 교실서 방송으로
한파 속 가족들은 운동장서 대기 … "평생 한번인데 안타까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영향으로 전국의 각 학교들이 졸업식 등 행사를 축소 또는 취소하고 있다. 5일 졸업식이 열린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 학부모 출입 자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영향으로 전국의 각 학교들이 졸업식 등 행사를 축소 또는 취소하고 있다. 5일 졸업식이 열린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 학부모 출입 자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하필 날씨까지 추워져서… 신종 코로나 피한다고 운동장에 대기하다 감기몸살이라도 나는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경기고등학교 운동장에는 꽃다발을 손에 든 학부모들이 자녀의 졸업식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체감온도가 영하 17도까지 떨어진 날씨에 두꺼운 외투로 중무장한 학부모들의 찡그린 표정이 마스크 위로 반쯤 보였다. 일부 학부모들은 시동을 켠 자가용 안에서 대기하거나 건물 복도 끝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 삼삼오오 서있었다.

같은 시간 3학년 교실에선 영상 졸업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학부모 한모 씨는 "학부모는 교실이나 복도에 들어올 수 없다는 안내를 어제 받았다"며 "평생 한 번 있는 고등학교 졸업식인데 멀쩡한 강당 놔두고 교실에서 방송을 보는 아이들이 참 안됐다"고 했다. 한씨와 동행한 다른 가족도 "그래도 졸업식인데 사진은 한장 찍어야 할 것 같아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고 투덜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영향으로 전국의 각 학교들이 졸업식 등 행사를 축소 또는 취소하고 있다. 5일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졸업식이 소규모로 열리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영향으로 전국의 각 학교들이 졸업식 등 행사를 축소 또는 취소하고 있다. 5일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졸업식이 소규모로 열리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원본보기 아이콘


인근 대치동 휘문고등학교도 이날 졸업식에 학부모의 건물 출입을 금지했다. 예년 같으면 졸업생과 축하객들로 가득 찼을 강당이 학부모 임시대기실로 마련돼 간이의자만 잔뜩 놓여있었다.

운동장에서 자녀를 기다리던 학부모 이모 씨는 "날씨도 춥고, 아이가 안 와도 된다고 했지만 12년 학교생활에 무사히 입시까지 마치느라 고생한 아이에게 격려는 해줘야 할 것 같아 휴가를 내고 왔다"며 "나중에 '우리 졸업식 때 이런 일도 있었지' 하며 추억이라도 할 수 있게 이 난리가 무사히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부모는 "지방 사시는 시부모님이 손자 졸업식 보러 올라오신다는 걸 겨우 말렸더니 서운해 하시더라"며 "다들 마스크를 눌러 쓰고 있으니 반가운 아이 친구엄마 얼굴도 못알아보고 지나쳤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학부모는 못 들어오십니다" … '신종 코로나'가 바꾼 졸업식 풍경 원본보기 아이콘


이 학교 13개 학급 450여명 졸업생들은 각자 교실에서 방송에 맞춰 국민의례와 애국가 제창을 하고, 교장선생님의 축사를 들은 뒤 교가 제창으로 공식 행사를 마무리했다. 졸업장과 각종 교내 상장을 나눠주는 담임선생님도, 졸업장을 받는 학생들도 모두 하얀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삼삼오오 몰려 있는 학생들은 뭐가 즐거운지 히히덕대다가 마스크를 눈밑까지 올려쓰고 눈만 빼꼼히 내놓은 채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종철 휘문고 교장은 "해마다 졸업식에는 재학생 후배들이 송가를 부르고 졸업생들도 답가를 하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올해는 준비해 놓고도 못하게 됐다"며 "이 학교에 부임한지 30년이 됐지만 올해 같은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AD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 확산 우려로 서울 지역 고등학교 졸업식이 대폭 축소됐다. 특히 초기 확진자의 이동 동선에 들어있는 강남 지역 학교 상당수는 강당이나 체육관 대신 교실 졸업식으로 진행했다. 인근 경기여고와 단대부고ㆍ세화여고ㆍ진선여고ㆍ청담고 등 학교들은 이번주 졸업식을 여는데 학교 측은 학부모에게 가급적 최소 인원만 참석하고 운동장 등에서 사진촬영만 가능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