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지난해 12월12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최초 보고된 급성 호흡기 증후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질병의 불안과 공포를 모두가 체감하고 있다.


두려움의 감정은 전염력이 크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청원이 올라와 무려 60만 명 이상이 동참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제노포비아(Xenophobia)'라는 말을 떠올렸다.

그리스어 '낯선, 낯선 사람'이라는 뜻의 '제노스(xenos)'와 '공포‘를 뜻하는 '포보스(phobos)'에서 나온 제노포비아는 외국인이나 낯선 사람을 배척하고 증오하는 것을 일컫는다. 인종차별, 외국인 노동자 경시풍조, 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고 무조건 수용을 반대하는 등이 그 사례다.


이번 청원이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지키려는 처절한 몸짓일 수 있겠다 싶어 한편으로 공감을 하면서도, 제노포비아가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은 아닐까 매우 염려스럽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29일, 중국인 입국 금지, 중국 관광객 본국 송환 등을 담은 검역법 개정안을 발의해 민심 얻기에 나선 분위기다. 황교안 대표는 "청와대가 '우한폐렴' 명칭이나 고치고 있는데 거기에 신경 쓸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는 비판도 쏟아냈다.


정부가 드러낸 초기 대응의 허점을 감쌀 마음은 없지만, 정확히 짚을 것은 짚자.


국제협약중 하나인 IHR(국제보건법) 제18조에는 보균 의심자, 즉 확진되지 않은 비발병자의 입출국을 제한하는 것은 세계보건기구(WHO)의 허락이 필요한 사안이다. 중국인 입국금지를 선언한 북한의 경우 의료 환경 낙후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가 확산될 경우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특단의 조치로 분석할 수 있다.

[窓]신종 코로나보다 무서운 '제노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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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폐렴 명칭 정정도 비판의 대상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WHO는 낙인효과를 우려해 2015년부터 질병의 명칭에 지명을 넣는 것을 피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해 말부터 WHO에서 정한 병원체의 임시 명칭 '2019-nCoV(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따르고, 국내 언론도 이런 변화를 수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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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으로 판단해 침착하고 신속하게 대처해야 할 때다. 반중 감정에 치우치고 맹목적 제노포비아에 휩쓸려 문을 닫고 등을 돌리기에는 우리 지구촌은 너무나도 서로 연결돼 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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