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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로는 집값 못 잡아…혼란만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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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공포로는 집값 못 잡아…혼란만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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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대책을 끝까지 내놓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을 전후해 집값에 대한 정부의 '구두 개입'이 노골화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 라인이 아닌 청와대 정무수석이 정부 내에서조차 사실상 '불가'로 결론지은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을 언급하는가 하면 연일 언론을 통해 "강남 집값을 확 떨어뜨리겠다"는 엄포성 발언을 내놓으며 시장에 불안과 공포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시장에서는 신중하고 정교한 정책 대안 검토는 뒷전인 채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집값에 대한 구두 개입의 애드벌룬을 먼저 띄운 것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지난 13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 장관은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은 상당 수준 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마침 일부 지역 집값의 '원상 회복'을 언급한 이튿날 문 대통령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김 장관이 취임 이후 언론 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신년 기자회견 이튿날엔 청와대 참모들의 집값 개입도 잇따랐다. 15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비상식적으로 폭등하는 특정 지역에 대해선 부동산 매매 허가제를 둬야 한다는 발상을 하는 분들이 있다"며 "우리 정부가 검토해야 할 내용"이라고 언급했다. 같은 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부동산 가격 하향 안정화가 목표"라며 구체적으로 "강남을 안정시키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밝혔다.

구두 개입은 시장에 만만치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16일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각종 문의와 비판 글이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지난주 돌았던 '국토교통부 가짜 부동산 대책' 지라시에 초고가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이 있었다. 지라시가 아니라 사실인 것 아니었냐"는 글이 올라 있다.


다른 네티즌은 "사유재산인 주택을 사고파는 것까지 국가의 허락을 받으라고 하다니 황당하다.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가져가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신중한 검토도 없이 반(反)시장적, 초헌법적인 정책을 거론하는 것 자체로 시장의 혼란과 공포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경제를 택한 나라 중에 주택거래허가제까지 가는 나라가 없다"며"허가제를 시행하게 되면 시장은 완전히 죽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 23조1항에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고 돼있다. 보장하고 있는 걸 정부가 만약에 규제한다면 향후에 다툼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이상 자본주의 국가에서 주택거래허가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특히 주택거래허가제는 법률적으로 주택매매 계약 자체를 '유동적 무효' 상태에 놓이게 만들어 시장의 혼란과 사적 거래의 안정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주택거래 당사자 간 계약 체결 후 매수자가 허가를 받지 못하면 계약 자체가 소급적으로 무효가 돼 이에 따른 당사자 간 분쟁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주택거래허가제와 유사개념인 토지거래허가제에서는 거래 잔금까지 치른 경우라도 허가를 받지 못하면 소급적으로 무효가 된다. 또 유동적 무효인 상태에서 거래허가가 나지 않으면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기 때문에 거래 당사자 간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이나 계약해제에 따른 위약금 청구도 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수차례 정책 검토 과정에서 주택거래허가제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부가 이를 언급하는 것은 결국 시장의 심리를 자극해서 집값을 흔들어보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며 "이는 전형적인 부동산 정치행위"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리스크와 반발이 큰 만큼 주택거래허가제가 실제로 도입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참여정부가 2003년 10·29 대책에서 토지공개념 도입 방침을 밝히고 그 일환으로 이 제도 도입을 검토했으나 여론의 반대에 밀려 도입을 보류하고 차선으로 주택거래신고제를 시행했다.


그 이후 2005년 8·31 대책 등 주요 부동산 대책을 낼 때도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이 면밀히 검토됐으나 결국 제도화되지는 못했다. 사유재산권 행사를 직접적으로 제어하고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초헌법적 발상이라는 반대 여론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권영선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주택공급이 줄어들고 있는데 주택거래허가제까지 도입할 경우 부작용이 클 것”이라며 “위헌소지도 있어 실제 도입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유인호ㆍ문제원 기자 sinryu007@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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