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규의 7전8기]빚,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개인이건 기업이건 과다한 빚(채무)을 가지고 있는 경우 정상적인 경제활동이나 기업활동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어느 시점이 되면 빚을 정리해야 한다. 어떻게 빚을 정리할 것인가. 채무(빚)를 정리(조정)하는 수단으로 사적인 방법과 법적인 방법이 있다.
사적인 방법은 채무자와 채권자가 합의해 채무를 조정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자율협약이다. 자율협약은 협약에 참가한 채권자들이 채무조정에 동의하는 것이다. 예컨대 채무자 갑(甲)에 대해 채권자(주로 은행 등 금융기관이다) A, B, C, D가 있는 경우, 채무자와 채권자 4곳이 빚(채무)의 50%를 감액해주기로 합의하는 것이다. 자율협약이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다. 따라서 채권자 중 한 곳(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채무조정은 할 수 없다. 사적자치를 중시하는 민사법의 원리상 당연한 것이다. 자율협약은 민법상의 채무면제이다.자율협약은 채권자 전원이 동의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로 인해 채권자가 다수이거나 금액이 큰 경우에는 채무조정이 어렵다.
그래서 법적인 방법으로 다수결에 의해 채무를 조정할 수 있는 것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것이'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에 따른 채무조정이다. 여기에는 회생절차와 파산절차, 개인회생절차가 있다. 회생절차는 채권자가 가지고 있는 채권액의 일정 비율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반대하는 채권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채무조정이 가능하다. 예컨대 앞서의 사례에서 채권자인 C가 채무조정에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채권자들이 모두 동의한 경우에는 채무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 개인회생절차는 채권자들의 동의도 필요 없다. 법원이 직권으로 채무를 조정(감액 또는 면제)한다. 파산절차는 채무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을 매각해 금전으로 환가한 후 채권자에게 나누어주는 절차이다. 법인의 경우는 채권자들에게 나누어주고 소멸한다. 반면 개인의 경우에는 채권자들에 나누어주고 남은 채무는 전액 면제된다. 회생절차나 개인회생절차가 채무의 일정 부분만을 일정 기간 변제 후 나머지 채무가 면제됨에 반하여, 파산절차는 법원의 면책결정으로 즉시 채무 전액이 면제된다.
자율협약에 의한 채무조정을 사적정리절차라 하고, 채무자회생법에 의해 채무조정을 법적정리절차라 한다. 주의할 것은 법적정리절차에서 '법적(法的)'의 의미이다. 채무조정을 하는 방법으로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에 의한 채무조정이 있다. 이를 공동관리절차라 부른다. 기촉법에 의한 채무조정은 주채권은행이 주체가 돼 다수결에 의해 채무를 조정하는 것이다. 다만 채무가 조정되는 대상에서 채무자회생법에 의한 채무조정과 다르다. 채무자회생법에 의한 채무조정은 모든 채무를 대상으로 하지만, 기촉법에 의한 채무조정은 금융채무만을 대상으로 하고 상거래채무는 제외된다. 예컨대 은행에서 빌린 빚은 양자 모두에서 채무조정의 대상이 되지만, 물품대금채무는 채무자회생법에 의한 채무조정의 대상이 될 뿐 기촉법에 의한 채무조정의 대상은 되지 않는다. 또한 절차 주도에 있어서도 채무자회생법에 의한 채무조정은 법원이지만, 기촉법에 의한 채무조정은 채권단(주채권은행)이다. 따라서 법적정리절차에서 '법적'의 의미는 법률이 아니라 법원이 관여한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기촉법에 의한 채무조정은 법률에 의한 채무조정이지만, 법원에 의한 채무조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적정리와 법적정리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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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나 기업이 여러 가지 채무조정방법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는 채무 규모, 놓여진 상황, 채무의 종류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임의적인 채무조정에 의한 채무조정이 가능하다면 사적정리절차(자율협약)를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채권자가 많지 않거나 채무 규모가 크지 않은 개인이나 중소기업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채권자가 다수이거나 채무조정에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채권자가 있다면 법적정리절차(채무자회생법에 의한 채무조정)를 고려할 수 있다. 주채권은행이 있고 상거래채무가 없는 경우에는 기촉법에 의한 채무조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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