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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중국과 거리두기 용기 낸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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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한 척의 배가 하얀 돛을 올리고 대만에 도착한다. 대만 어린이들을 우리 학교에 데려와서 함께 놀자. 두손을 내밀어 서로 꼭 잡고 나누는 따뜻한 대화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중국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국어'(어문) 교과서에 실려 있는 '환잉 타이완 샤오펑요'(대만 어린이를 환영한다) 본문 내용이다. 중국 어린이들은 처음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교과서에서 이 내용을 접하며 대만에 대해 배운다. 특히 '대만 어린이들을 우리 학교에 데려와서 함께 놀자'는 부문에는 대만 통일을 원하는 중국이 그리고 있는 이상적인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교과서 내용에 대한 대만측 평가는 어땠을까. 대만 일간지 '연합보'는 과거 중국이 이러한 내용을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실은 의도에 대해 "양안교류를 끌어올려는 의도가 드러나 있다. 대륙(중국 본토) 교육부는 어린이들로 하여금 일찌감치 대만 친구들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해 양안(중국-대만) 간 거리를 좁히고 다음세대를 위해 소통과 융합의 준비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한 바 있다.


중국이 대만 통일을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는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지난해 1월2일 새해 첫 업무 시작일부터 '대만 동포에 고하는 글 발표 40주년 기념 연설'을 통해 홍콩과 마카오에 적용해온 일국양제 방식으로 대만을 통일하겠다고 선포한 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시 주석은 당시 "우리는 평화통일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무력 사용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하며 통일을 위해서는 무력도 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중국이 대만을 겨냥해 날린 부메랑은 고스란히 중국으로 되돌아왔다.

대만인들은 양안간 활발한 교류를 통해 거리를 좁히려는 중국의 의도가 결국 대만 통일을 위한 큰 그림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지난 11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대선)를 통해 본격적인 중국과의 거리두기를 택했다. 홍콩에 이어 대만까지 중국과의 결속을 거부하고 있는게 민심이라는 것이 전세계에 알려지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과 '일국양제'(하나의 국가, 두 개의 제도)를 견지해온 중국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입장이 매우 곤란해졌다.


지난해 6월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홍콩시위가 대만인들에게 중국과 거리를 둬야하는 이유를 찾게해준 불쏘시개가 됐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대만선거 직전 타이베이시 안에서는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검은색 옷과 마스크를 쓴 젊은이들이 홍콩과 대만의 미래를 오버랩시키며 '주권수호'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차이 총통이 당선되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중국은 대만을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중국에 속한 지역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많은 대만인들은 자신들을 '대만인'이라고 부르며 중국과의 끊을 수 없는 연결고리를 불편해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정서는 젊은층에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공내전을 겪은 세대가 아닌데다 어릴 때부터 대만이 주권 독립 국가라고 생각하며 자랐기 때문에 중국과 대만은 엄연히 다르다는 인식이 강하다. 대만에서는 이런 독립 성향이 짙은 젊은이를 부르는 ‘톈란두(天然獨)’ 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이제 국제사회의 관심이 선거 후 대만이 어떤 식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설정하고 중국이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까에 맞춰지고 있다. 이미 홍콩시위 사태 해결 과정을 통해 국제적 비난을 많이 받은 중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관심이 꽤 성가신 부담이 될 것이다.


중국과 대만 간 일이라고 우리도 넉놓고 바라만볼수는 없는 노릇이다. 외교적 힘이 세진 중국은 최근 각국 정상 및 고위층 인사간 만남 때마다 '하나의 중국' 및 '일국양제' 지지에 대한 요구를 높이고 있다. 안보적으로는 미국과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밀착하고 있는 한국처럼 G2의 눈치를 모두 봐야하는 국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또 하나의 골칫거리를 안게 된 셈이다.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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