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7일 금통위…'금리 동결'에 무게
반도체 경기 회복·무역전쟁 완화 기대에 금리 동결할 듯
금리인하시 부동산 시장으로 돈 흘러갈 가능성도 우려
올해 중 한 차례 금리인하 가능성은 커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김은별 기자] 올해 첫 한국은행 금융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오는 17일 열린다. 이번에는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우세하다는 것이 한은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이주열 한은 총재가 '현재 경기 평가'를 어떻게 내리는냐에 따라 앞으로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경기회복, 추가 금리인하 막을 요소= 한은이 금리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전망의 주요 근거 중 하나는 반도체 경기 회복이다. 시장에선 주요 반도체의 단가 하락세가 멈춰 올해 상반기에는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7조1000억원을 거둬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냈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기를 결정짓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반도체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경기 회복이 추가 금리 인하를 막을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란 의미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지난 2일 시무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우리 경제는 대외 여건이 나빠져 정말 힘들었다"며 "미·중 분쟁이 우리나라 GDP의 0.4%p를 깎았고 반도체 가격이 급락했다. 두 요인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무역분쟁의 완화 신호가 나타나고 반도체 경기 반등 시기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지만 중반쯤 반도체 가격 상승이 예상돼 금년 경기가 지난해보단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경기가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는 만큼, 금리를 급하게 내릴 필요까지는 없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정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의지, 세계적 금리동결 기조 한은에 영향= 강력한 부동산 대출 규제를 내놓은 정부의 정책방향도 한은의 금리인하에 걸림돌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2·16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5조6000억원 늘었다. 11월 증가 폭(4조9000억원)보다 주담대 증가 폭이 7000억원 가량 커졌다. 주택 전세와 매매 거래가 모두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자금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월별 주담대 증가 폭은 2016년 11월 6조1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3년여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매해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연도별 가계부채 증가 규모도 줄어들 기미조차 안보였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2017년 58조9000억원, 2018년 60조8000조원, 지난해 60조7000억원씩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면 가계부채 증가만 촉발할 위험이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하반기 부동산 시장 과열이 그대로 겹친 상황이라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를 하기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으로 금리 인하 기조가 일시중단되는 모습이라는 점도 한은이 이번에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미 작년 3차례 기준금리를 내려 시장은 올해 추가 인하 확률이 낮다고 보고 있다. 스웨덴도 지난해 12월 가계 부채 증가, 부동산 가격 급등, 금융회사와 연금펀드의 불안정, 금리 인하 이후에도 경기 하락 등을 이유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포기했다. 이 총재는 신년 간담회에서 스웨덴의 행보에 대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그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좀 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1차례 금리인하 가능성은 커…역대 최저 기대인플레이션도 문제= 다만 한은이 금리를 조만간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올해 중 한 번 정도는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예상되는 등 대외 리스크는 잦아들고 있지만, 아직 실물경기 회복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사실상 2명의 금통위원이 물가상황을 우려하면서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소수 의견을 낸 것 또한 올해 적어도 한 번 정도는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시장이 전망하는 이유다. 실제 지난 금통위에서 신인석 금통위원이 낮아진 물가상승률을 지적하면서 금리인하 소수 의견을 냈다. 조동철 금통위원도 소수 의견을 내지는 않았지만 의사록 공개를 통해 금리인하 필요성을 지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금통위 내에서 물가에 대한 고민이 상당하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박종훈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전무)는 "한은은 역대 최저 수준인 기대인플레이션을 외면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따라서 한은이 올해 하반기 정도에 한 차례 정도는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기대인플레이션은 1.7%로 한은의 통화정책 인플레 목표치인 2%를 하회하고 있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물가에 대한 기대감이 하락하면 경기 둔화를 더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유발돼 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인 디플레이션 우려가 더욱 커진다. 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소비심리도 위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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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냈던 신 위원 역시 지난해 "실질중립금리가 하락하는 경제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과도하게 낮은 수준으로 하락하면 금리정책이 무력화되면서, 경제가 일시적인 침체에 빠졌을 때 통화정책으로 경제를 균형상태로 복귀시키는 것이 곤란해진다"고 밝힌 바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과도하게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기 전에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단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해 보고서에서 "한국의 기대인플레이션은 갈수록 하락하는 추세에 접어들었다"며 "한은은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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