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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총구 방향만 알면 '총알'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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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총은 총알의 속도는 소총보다 느리지만 보통 더 가까운 거리에서 쏩니다. 총알의 속도가 느리다고 더 피하기 쉬운 것은 아닙니다. [사진=영화 '존윅' 스틸컷]

권총은 총알의 속도는 소총보다 느리지만 보통 더 가까운 거리에서 쏩니다. 총알의 속도가 느리다고 더 피하기 쉬운 것은 아닙니다. [사진=영화 '존윅'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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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사람이 총알을 피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인 사고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많은 영화에서 등장인물이 총알을 피하는 장면이 다뤄집니다. 영화의 영향 때문인지 실제로 총알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총구의 방향과 방아쇠를 당기는 손가락을 보면 총알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을까요? 과학적 설득력은 전혀 없고 영화적 상상력이 가득한 주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대로 총구의 방향과 방아쇠를 당기는 손가락 근육의 움직임 등을 보고 사람이 총알을 피하려면, '총알의 속도', '인간의 반응속도', '총알의 궤도' 등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합니다.


우선 총알의 속도는 소리보다 빠릅니다. 총소리를 들었다면, 총알은 이미 목표물에 도달한 이후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소리는 1초에 340m 정도 나아가고, 이 속도를 '마하1'이라고 합니다. 일반 소총의 경우 총알의 속도는 대략 900~1000㎧ 입니다. 과거 국군의 주요 화기였던 M16A1는 990.6㎧, 현재 국군의 주요 화기인 K-2는 944.9㎧의 속도로 총탄을 발사합니다.


속도가 느린 권총의 경우도 최소 300~400m/s 정도는 된다고 합니다. 가장 총알의 속도가 느린 권총탄도 기본이 '마하1'은 되고, 소총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음속의 3배인 '마하3' 정도, 그러니까 1초에 최소 1000m(1㎞) 이상 나아간다는 말입니다.

K-2 소총의 유효사거리는 500~600m이고, 군대에서 조준사격을 연습하는 거리는 300m 이내입니다. 그 이상의 거리는 시야로 타깃을 정확히 판별해 조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군대 사격장에서 가장 먼 타깃거리가 250m인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300m 거리에서 K-2 소총을 쏘고, 몸을 뒤틀어 심장만 피하는 것을 총알을 피한 것으로 가정하면, 총소리는 1초(0.9초 정도)가 거의 다 돼야 들립니다. 그러나 총알은 약 0.3초만에 날아옵니다. 300m 거리에서 총구의 방향과 손가락의 움직임이 보일리도 없거니와 보인다고 하더라도 0.3초만에 신체가 반응해서 피할 수 있을까요?


인간이 어떤 사건 등을 인식한 후 몸을 움직이도록 명령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0.3초 정도라고 합니다. 반사신경이 월등해서 0.3초 이내로 몸을 움직일 수 있다면 총알을 피할 수 있겠지요. 달리 말하면, 300m라는 거리 밖의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거리가 300m는 떨어져 있으며, 0.3초 내에 몸을 뒤틀 수 있는 반사신경을 갖춰야만 가능하다는 말이 됩니다.


총알의 속도가 느린 권총의 경우는 어떨까요? 권총은 보통 5~10m 정도의 거리에서 사용합니다. 느린 권총탄이 1초에 300m를 나아간다면, 10m 거리에 있는 타깃에 도달하는 시간은 이론적으로 0.03초가 걸립니다. 아무리 재빠른 사람도 피할 수 없는 시간입니다.


권총탄은 최대사거리가 200m 정도에 불과하고, 유효사거리는 최대 30m 정도라고 합니다. 30m를 떨어져 있어도 0.1초만에 총알이 도달한다는 계산이지요. 권총은 5m 이내, 소총은 100m 이내 거리에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거리에서 총알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총알의 궤도도 총알을 피하는데 중요한 도움이 됩니다. 지금까지는 총알이 일직선으로 날아온다는 가정하에 피할 수 있을지를 유추해본 것입니다. 실제로 총알은 탄도를 그리면서 날아갑니다. 거리에 따라 여러 번의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탄도를 그리면 날아오는 총알을 피할 수 있을까요? 과학자들은 총알이나 로켓 등이 공중을 날아가면서 그리는 궤도, 즉 탄도를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탄도를 안정화시켜면 명중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초창기 총알의 모양이 구형이었던 것, 총알의 앞은 무겁게 뒤에 날개를 다는 등의 방법이 동원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영화 속에서 탄환이 날아가는 장면. 이 영화에서는 총알이 로켓처럼 중간중간 변신하면서 수 킬로미터 거리를 날아가 목표물을 말살합니다. [사진= 영화 '원티드' 스틸샷]

영화 속에서 탄환이 날아가는 장면. 이 영화에서는 총알이 로켓처럼 중간중간 변신하면서 수 킬로미터 거리를 날아가 목표물을 말살합니다. [사진= 영화 '원티드' 스틸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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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총알은 가늘고 긴 모양입니다. 그런 모양의 총알은 뒤쪽이 무겁기 때문에 보통 무게중심이 뒤에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방아쇠를 당기면 총알은 앞뒤가 뒤집혀서 날아갈 확률이 높습니다. 그 경우 명중률과 파괴력은 낮아집니다. 이를 보강하기 위해 총알을 회전시키는 방법입니다. 회전의 힘으로 총알은 앞뒤가 뒤집히지 않고 날아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사람이 총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론적으로 사람이 총알과 같은 방향으로 같은 속력으로 비행기나 자동차를 타고 달린다면 가능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총알을 손으로 잡은 비행기 조종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과학자들은 비행기를 향해 쏜 총알을 같은 속도로 날아가면서 잡을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결국 슈퍼맨이나 플래쉬맨처럼 빛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초능력자가 아니면, 총알을 피할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혹시라도 시험해보려는 마음을 가지셨다면 부디 포기하시기 바랍니다. 총기를 소유할 수 없는 한국이라 참 다행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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