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학등록금은 여전히 높은 수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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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사립대총장협의회는 2020학년도부터 법정 인상률 범위 내에서 등록금 자율 책정권을 행사하겠다고 결의했다. 지난 11년간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대학재정이 황폐해져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시설 확충과 교원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교육부의 공식 반응은 그간 정부의 노력에도 학생ㆍ학부모가 체감하는 등록금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므로 등록금 동결 정책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교육부는 2015년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을 완성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정책이란 2011년 총등록금 14조원을 절반으로 경감시키는 것이라는 친절한 해설과 함께. 많은 학생들이 반값등록금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적극 해명했다.

교육부가 말하는 반값등록금은 장학금을 제외하고 학부모가 실제로 부담하는 등록금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값등록금의 기준이 되는 2011년 1인당 평균 대학등록금은 694만원, 장학금은 146만원이었다. 2019년 등록금은 670만원, 장학금은 334만원이었다. 따라서 학부모 실부담 등록금은 2011년 548만원에서 2019년 336만원으로 38.7% 감소했다. 국공립의 경우 실부담액이 311만원에서 138만원으로 173만원, 사립은 619만원에서 395만원으로 224만원 감소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여전히 체감 등록금이 높다고 주장한다. 반값등록금 정책이 시행된 지 10년이 되었지만 등록금이 높다는 인식은 요지부동이다. 반값등록금을 완성했다면 학생ㆍ학부모가 체감하는 등록금도 낮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소득분위에 따라 체감도가 달라질 수 있지만 교육부마저 체감 등록금이 여전히 높다는 학부모 입장을 편들어 등록금 동결 유지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사립대가 등록금을 인상하겠다고 하자 반값등록금이 완성됐다고 적극 홍보하던 교육부가 체감 등록금은 여전히 높다는 학부모 주장을 들이대는 것은 모순이다. 등록금 수준이 높다고 말할 때는 장학금을 반영하지 않은 명목등록금을, 반값등록금 완성을 주장할 때는 명목등록금에서 장학금을 뺀 실부담등록금을 내세운다. 등록금 체감도는 개인별로 다를 수 있지만, 등록금 정책은 실부담등록금을 기준으로 수립하는 것이 맞는다.


국공립의 경우 공립고 등록금 160만원을 밑돌고, 사립의 경우 자사고 등록금 480만원을 훨씬 밑돌고 있다. 도대체 학생ㆍ학부모가 높지 않다고 체감할 등록금 수준은 얼마인가. 교육부는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정책 때와 마찬가지로 실부담등록금 기준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홍보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2018년 사립대 재정 규모는 2011년보다 경상가로 4.5% 감소했고 불변가로 13.1% 줄어들었다. 사립대 교직원 보수는 지난 10년여 동안 동결되었고, 비정년교수가 늘고 연구비와 도서구입비가 줄고 개설강좌수는 급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우리 중 ㆍ고등학생 1인당 교육비는 1만2370달러지만 대학생은 1만486달러에 불과했다. 등록금 동결로 대학생이 중고등학생보다 값싼 교육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 대비나 국제경쟁력 확보를 논할 수 없다. 국가가 책임지는 국립대는 제쳐놓고,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는 등록금 인상이 생존의 문제다. 교육부 공무원들과 국회의원들의 보수가 10년 이상 동결됐다면 과연 가만히 있었을지 의문이다. 이들에게 사립대 교직원 보수가 10년 이상 동결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국가의 대학재정 확보와 지원 확대, 대학의 자구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립대의 등록금 인상 허용 또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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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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