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정제마진 -0.2…집계 후 월 평균 첫 마이너스 기록
[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정유사 이익의 핵심지표인 정제마진이 2000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월간 기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와 운송비를 차감한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면서 정유사들의 4분기 실적에도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에 이어 정유업까지 휘청거리면서 국내 산업계도 먹구름이 짙어졌다.
3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0.2달러를 기록했다. 월 평균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0년 관련 지표 집계 이후 처음이다.
올해 10월ㆍ11월ㆍ12월 정제마진은 각각 4.1달러, 0.7달러, -0.2를 기록하며 4분기 평균 1.5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2018년 10월ㆍ11월ㆍ12월)은 각각 5.2달러, 4.6달러, 2.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평균 정제마진도 4.2달러였다.
정유사들은 정제마진이 배럴당 최소 3~4달러는 돼야 손익분기점(BEP)을 넘는 것으로 본다. 이 상태라면 올 4분기 실적은 역대 최저 수준의 어닝쇼크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정제마진이 맥을 못 추는 가장 큰 이유는 벙커C유 가격의 급락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벙커C유 가격은 올해 9월 배럴당 평균 60.8달러였으나 12월 평균 41.7달러로 약 30% 하락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 1월 1일부터 선박연료의 황 함유량 규제를 기존 3.5%에서 0.5%로 강화하면서 고유황 벙커C유의 수요도 급감, 가격이 급락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내일 IMO 규제를 앞두고 몇 달전부터 선사들이 저유황 연료유를 구매하고 있다"며 "원유정제 과정에서 벙커C유가 생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유사 입장에서는 벙커C유 가격이 급락하면 손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미ㆍ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정유제품 수요 감소도 정제마진 하락에 한 몫했다. 무역분쟁으로 세계 경기가 둔화되면서 정유제품 수요는 감소한 반면 글로벌 정유제품 공급은 늘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감소할 때 생산설비 가동률도 감소하면 상관이 없는데 미국은 정제설비 가동률을 91.9%까지 높였고, 중국 역시 정부 주도로 설비 증설에 나서며 올해부터 가동률이 늘어 공급 과잉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제품 수요 감소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정제설비 가동률이 증가하면서 정제마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경우 미국의 이란 제재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더 낮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해 수익성을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중국의 11월 석유제품 수출량은 전년 대비 63.5% 증가했다. 중국의 정제처리량은 증설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9.6% 늘어나 사상 최대치를 시현했다. 미국의 정제설비 가동률도 91.9%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등유, 경유 등 경질류 제품을 생산해 수익을 낸다. 지금처럼 정제마진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는 정유시설을 가동할 수록 손실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국내 정유4사(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close 증권정보 096770 KOSPI 현재가 123,300 전일대비 200 등락률 -0.16% 거래량 495,434 전일가 123,500 2026.05.18 15:30 기준 관련기사 주식자금이 더 필요하다면? 연 5%대 금리로 최대 4배까지 'SK이노베이션 E&S, 해킹 은폐' 의혹 제기에 "ESG보고서에 공표" 해명 [클릭 e종목]"SK이노베이션, 호르무즈 봉쇄로 기업가치↑" ㆍGS칼텍스ㆍS-OILㆍ현대오일뱅크)의 올해 4분기 실적 전망이 어두운 이유다. 정유업계는 지난해 4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작년에도 정제마진이 감소했고, 국제유가 급락으로 재고평가 손실이 늘어난 영향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이 5조원 밑으로 떨어졌고, 올해는 더 보수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최근 벙커C유 등을 원료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내는 고도화시설에 수조원을 쏟아붓고 있는 가운데 정제마진의 마이너스 전환으로 정유시설을 가동할 수록 손실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면서 내년 사업계획 구상 조차 힘든 상황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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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정유4사의 영업이익은 4조7000억 원으로 2017년(7조8000억 원)보다 40% 가까이 쪼그라 들었다"며 "올해는 3분기 영업이익도 안 좋아 실적을 낙관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인 공급 과잉 상황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내년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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